[스트롱코리아] "기초과학 연구는 미래로 뛰어드는 것…한국, 지금이 투자 늘릴 때"

입력 2016-06-01 17:30  

주제발표 - 스티브 그래닉 IBS 연성물질연구단장

"기술 트렌드 좇지말라"
엉뚱한 연구 많아져야 노벨상 더 가까워져
자동차가 마차 밀어냈듯 미지의 영역 도전하라



[ 박근태/추가영 기자 ]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울산과학기술원 교수)은 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창조포럼 2016’ 특별 세션 주제발표에서 “노벨상 수상자 중 대부분은 처음엔 다른 과학자도 거들떠보지 않은 엉뚱하고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 큰 업적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노벨상은 유행 좇으면 안 돼

그래닉 단장은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외국인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2009년 미국 물리학회의 고분자 물리 분야 최고상인 고분자 물리상을 받았고, 2013년 미국화학회 콜로이드와 표면화학 분야 최고상을 수상한 석학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재료공학과 석좌교수로 있다가 2014년 한국행을 선택했다.

그는 이날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방안을 노벨상 수상 사례와 비교해 설명했다. 그래닉 단장은 “노벨상?이미 연구가 많이 진행된 분야를 하거나 유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많이 싣거나 여러 개를 발명했다고 받는 건 아니다”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연구자에게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재 물리학자로 평가받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조차도 처음엔 과학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정도로 엉뚱한 연구만 했다”며 “연구 분야가 얼마나 유망한지를 보고 판단하지 말고 연구자가 얼마나 애를 쓰고 있고, 독창적으로 연구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기후변화 등 세계적인 당면 과제와 연결된 연구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그런 큰 문제에만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과학자 유치 전략 필요

한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한 제안도 내놨다. 그래닉 단장은 “미국이 지금까지 받은 300개가 넘는 노벨상 가운데 100개 이상은 해외 출신 과학자가 받았다”며 “미국처럼 외국인 과학자에게 고향 같은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수상자 배출에 급급한 문화는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닉 단장은 “장기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유망한 과학자들 스스로 ‘내가 받겠다고 하기보다는 내 제자가 상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지 말자”

그래닉 단장은 한국의 기초연구 냑娥?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기초연구 문화의 변화에 주목하는 해외 과학자도 하나둘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6·25전쟁 이후 자연의 법칙을 거슬렀다고 평가할 정도로 큰 성공을 이뤘다”며 “한국에서 당장의 성과보다는 우수성에 초점을 맞춰서 투자하고 양이 아니라 질에 투자하는 등 분위기가 점차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고급 두뇌 유출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잠재력이 지금처럼 클 때가 없었다”며 “투자를 늘릴 때지, 줄일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래닉 단장은 중국 및 일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국가에서 찾아내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처음 내놨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더 빠른 말을 기대했다”며 “훗날 전기와 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의 발명으로도 이어진 기초과학은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면서도 미래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자동차에 밀려 말이 이끈 마차가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듯 사람들이 상상도 못하고 개발도 안 되고 생각이 미치지 않은 영역에 대한 발굴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태/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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