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대차잔액은 62조3996억원으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차거래 주식 수도 23억3324만주로 한 달여 만에 역대 최대치를 뛰어넘었다.
대차잔액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이다.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해 상환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공매도 용도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대차잔액을 공매도 선행지표로 본다.
지난 1~4월에는 구조조정 한파를 맞은 조선·해운업, 작년 주가가 크게 올랐던 음식료주들의 공매도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실적이 좋은 대형주들에까지 무차별적으로 공매도 불길이 번졌다.
삼성전자의 월평균 공매도 비중은 지난 4월까지 전체 거래량의 4.9%대였지만 5월 들어 12.8%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대차잔액도 3조4700억원에서 5조2200억원으로 50.4% 급증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네이버, KT&G, LG전자 등 1분기 실적이 좋았던 기업들의 공매도와 대차잔액도 급격히 늘었다.
증권가에선 이달 대외변수 때문에 외국계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급격히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자 공매도 투자자들이 실적과 관계없이 외국계 자금의 투자비중이 큰 대형 종목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술적 하락세를 예상한 단기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대외변수가 약화되고 투자심리가 진정되면 공매도한 주식을 되사들여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쇼트커버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2분기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입어 전날 3.17%에 이어 이날도 2.40%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차잔액이 1조원에 육박한 네이버와 KT&G도 각각 1.46%, 1.59% 올랐다.
그렇더라도 공매도 확대에 대비한 선별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전히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를 어둡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대차거래 증가는 기본적으로 투자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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