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네이버 등 공매도 뚫고 상승세…'쇼트커버링 장세' 나타날지 주목

입력 2016-06-02 18:05  

[ 최만수 기자 ] 공매도 대기자금인 주식 대차(대여)잔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예정된 중국 A주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 여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의 여파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차잔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 네이버 등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대차잔액은 62조3996억원으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차거래 주식 수도 23억3324만주로 한 달여 만에 역대 최대치를 뛰어넘었다.

대차잔액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이다.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해 상환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공매도 용도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대차잔액을 공매도 선행지표로 본다.

지난 1~4월에는 구조조정 한파를 맞은 조선·해운업, 작년 주가가 크게 올랐던 음식료주들의 공매도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실적이 좋은 대형주들에까지 무차별적으로 공매도 불길이 번졌다.

삼성전자의 월평균 공매도 비중은 지난 4월까지 전체 거래량의 4.9%대였지만 5월 들어 12.8%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대차잔액도 3조4700억원에서 5조2200억원으로 50.4% 급증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네이버, KT&G, LG전자 등 1분기 실적이 좋았던 기업들의 공매도와 대차잔액도 급격히 늘었다.

증권가에선 이달 대외변수 때문에 외국계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급격히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자 공매도 투자자들이 실적과 관계없이 외국계 자금의 투자비중이 큰 대형 종목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술적 하락세를 예상한 단기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대외변수가 약화되고 투자심리가 진정되면 공매도한 주식을 되사들여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쇼트커버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2분기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입어 전날 3.17%에 이어 이날도 2.40%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차잔액이 1조원에 육박한 네이버와 KT&G도 각각 1.46%, 1.59% 올랐다.

그렇더라도 공매도 확대에 대비한 선별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전히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를 어둡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대차거래 증가는 기본적으로 투자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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