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대 국회, 특권 내려놓기엔 왜 아무 말이 없나

입력 2016-06-0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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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직후 한목소리로 ‘국회 개혁’을 외치던 여야가 또다시 꿀먹은 벙어리다. 국민의 정치 쇄신 요구에 반성하는 시늉만 냈을 뿐 20대 국회가 개원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하다. 대신 ‘금배지’들의 관심은 온통 국회의장 쟁탈과 상임위 배정에 쏠려 있다. 초선의원들은 200가지도 넘는다는 특권을 외우기도 바쁠 것이다. 역대 국회마다 되풀이된 행태여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물론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체포 특권 남용 방지법(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원(院) 구성 지연 시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김종석·최운열 두 여야 초선의원은 규제를 양산하는 의원입법에 대한 심사기구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불체포 특권 폐지, 출판기념회 금지, 의원 무노동무임금 등의 입법안들은 이미 19대 국회에서도 낮잠만 자다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라고 다를 것 같지 않다. 또한 세비 반납 주장이 “유치하다”(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발언은 의원들의 본심에 가깝다. 다선(多選) 순으로 군기 잡는 정치판에서 초선들이 아무리 신선한 제안을 낸들 실현될지 의문이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국민은 다 아는데 그들만 모른다. 최고회의랍시고 아침마다 빙 둘러앉아 별 주제도 없이 사진 찍고, 정치 가십이나 만들어내는 게 정당들의 풍경이다. 모호한 발언과 막말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 것이 정치인 줄 안다. 어쩌다 내놓는 정책은 포퓰리즘 일색이요, 무소불위 의원입법으로 불량 규제를 쏟아내도 누구의 검증도, 견제도 안 받는다. 세비부터 국회 예산까지 다 자기들이 정한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란 말이 과장도 아니다.

후진성에다 ‘무능·불임·비효율’까지 더했으니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었다. 지금 행태를 봐선 20대 국회도 그에 못지않을 것 같다. 상시청문회 같은 국회 권력 확장에는 귀신같이 뭉치면서 특권 내려놓기는 처음부터 나 몰라라다. 총선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이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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