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불청객' 감기, 주범은 에어컨 바람…겨울보다 환자 많아

입력 2016-06-03 18:14   수정 2016-06-04 05:59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여름감기 증상·예방법
에어컨 많이 켜면 면역력 떨어져…방치하면 기관지염·폐렴 될 수도
설사·체중감소 동반땐 장염 의심

손 잘 씻고 먼지많은 곳 피해야
수분·비타민 등 충분히 섭취를
틈틈이 햇볕 쬐고 스트레칭 좋아



[ 이지현 기자 ]
평일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면서 에어컨을 가동하는 곳이 많아졌다. 은행, 상점,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에어컨 바람 때문에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여름철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한 대학병원이 감기로 병원을 찾은 사람을 월별로 분석했더니 3~4월에 가장 많은 19%가 몰렸다. 5~6월이 18%로 뒤를 이었고, 11~12월 17%, 1~2월 15%, 7~8월 14% 순이었다. 냉방병에 의한 감기 증상도 적지 않다. 감기 증상을 방치하면 기관지염, 폐렴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름철 걸리기 쉬운 냉방병과 감기 증상의 예방법, 혼동하기 쉬운 질환 등에 대해 알아봤다.

두통 복통 피로감…냉방병 주요 증상


여름감기는 에어컨 바람과 약해진 면역력 때문에 걸리는 일이 많다. 여름감기와 냉방병은 다른 질환이다. 하지만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감기는 200종류 이상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호흡기 질환이다. 냉방병은 우리 몸이 실내외 기온 차이에 적응하지 못해 생긴다.

사람의 체온은 36.5도 전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환경 변화에 따라 부조화가 일어나 발생하는 질환이 냉방병이다.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가 5도 이상 차이가 날 때 발생한다. 증상은 다양하다. 신체기능의 균형이 깨져 여름인데도 감기에 걸린 것처럼 오한이 생긴다.

냉방병의 또 다른 원인은 레지오넬라균이다. 에어컨에 연결된 수로에서 자란 레지오넬라균이 몸속으로 들어와 병에 걸리는 것이다.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성인병이 있는 환자, 노약자가 냉방병에 잘 걸린다. 처음엔 기침, 몸살, 두통 등 감기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심하면 폐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냉방병에 걸리면 두통뿐 아니라 피로감이나 어지럼증도 호소한다. 졸리거나 장 운동 능력이 떨어져 변비 설사 복통 등이 생기기도 한다. 복통이나 설사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몸이 차가워지면서 장기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대장의 연동운동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나 목 부분에 불편한 느낌도 갖게 된다. 몸속에서 열을 보충하기 위해 계속 열을 내야 하기 때문에 쉽게 피로감을 호소한다. 허리나 어깨가 뻐근하고 결리는 증상도 나타난다. 몸이 차가워지면서 체내 혈액순환이 정체돼 일어나는 대표 증상이다. 부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찬바람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몸이 차가워지면서 혈액순환이 정체돼 몸에서 불필요한 물질이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손 발 얼굴 등이 붓는다.

냉방병 걸리면 감기 위험 높아져

냉방장치를 과도하게 사용해 냉방병에 걸리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다. 대기가 건조해지는 것도 감기의 원인이 된다. 에어컨 등 냉방장치는 공기 중 수분을 응결시켜 기온을 떨어뜨린다. 1시간 동안 계속 틀면 습도가 30~40% 수준으로 내려간다. 이로 인해 호흡기 점막이 마르고 저항력이 떨어지면 감기 등 호흡기 질환에 쉽게 걸린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코와 목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열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이 주요 증상이다. 건강한 성인은 감기 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60대 이상 고령층은 단순한 감기 증상으로 시작해 폐렴으로 발전하는 등 증세가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 폐렴은 폐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노인, 만성 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감기는 유사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많다. 다른 심각한 질병을 감기로 오인할 수 있다.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감기 증세와 함께 설사, 체중 감소가 동반되면 바이러스성 장염을 의심할 수 있다”며 “바이러스성 장염은 탈수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입술이 바짝 마르거나 근육통이 동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콧물이 계속 난다면 알레르기성 비염일 가능성이 있다. 목이 붓고 기침이 지속되면 후두염도 의심할 수 있다. 기침이 심하다가 가슴통증이나 객혈, 전신 피로,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면 결핵일 가능성이 있다.

감기를 빈번하게 앓는 어린아이는 뇌수막염 증상을 감기와 혼동할 수 있다. 뇌수막염 초기에는 감기처럼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가 토하거나 목이 뻣뻣해지고 의식이 혼탁해지기도 한다. 두통 발열 구토 등의 증상이 심해지면 뇌수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신경질환 중 하나인 길랑바레 증후군도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급성 마비질환이다. 매년 10만명당 한두 명 정도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흔치 않은 질환이다. 장내 세균이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장염 등을 앓고 난 뒤 몸속에서 생성된 항체가 말초 신경계를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중추신경계까지 염증이 침범해 의식 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

김병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길랑바레 증후군은 선행 감염으로 호흡기질환이나 장염을 앓는 환자가 많아 단순한 감염으로 오인해 뒤늦게 치료를 시작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외출시 얇은 겉옷 준비해야

감기는 호흡기 질환의 일종이다. 외출할 때는 에어컨 바람이 센 곳에서 입을 수 있는 얇은 겉옷을 준비하고 개인 위생에 신경써야 한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손을 잘 씻고 먼지가 많은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영양 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 육류섭취도 좋지만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풍부한 야채 과일을 많이 먹어 영양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단체 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유행하는 감염병에 걸리기 쉽다. 아이가 감기 등 감염질환 증상을 보이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는 것을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운동도 신체기능을 활발하게 해줘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할 때는 체력에 맞게 알맞은 강도로 하고 땀이 났다면 바로 샤워하는 게 좋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 햇볕을 쬐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정도광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은 “두통·근육통 등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면 냉방병, 전신증상 없이 맑은 콧물·재채기·코막힘이 나타나면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냉방병으로 축농증, 두통 등 각종 합병증을 일으키거나 만성 비염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냉방병 치료를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병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정도광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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