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기 아비규환 속 세 남자의 생존투쟁

입력 2016-06-05 18:12  

김탁환·이원태 공동 창작소설 '아편전쟁' 발간


[ 양병훈 기자 ] 때는 국력이 기울대로 기운 조선 말 개항기다. 장소는 온갖 낯선 것이 소용돌이치는 인천 조계(租界·열강이 만든 외국인 거주 치외법권구역)다. 배경은 아편 한 줌 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할 마약쟁이의 소굴이다. 거리에는 온갖 오물과 지옥에서 내뱉는 듯한 절규가 넘쳐난다.

소설가 김탁환 씨와 문화 기획자 이원태 씨가 함께 결성한 창작집단 ‘원탁’이 최근 발간한 소설 《아편전쟁》(민음사)은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 세 남자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분투를 마치 영화처럼 속도감 있게 그린다.

이 작품은 원탁 ‘무블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무블(movel)은 영화를 뜻하는 무비(movie)와 소설을 뜻하는 노블(novel)의 합성어다. ‘영화 같은 소설’이라는 뜻이다. 무블은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쓰였다. 실제로 무블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조선 마술사》는 지난해 12월 영화로 개봉했다. 첫 작품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과 《아편전쟁》도 영화로 제작 중이다.

소설 속에는 아편쟁이 아버지를 둔 부산 출신 최장학, 입담이 센 벌교 출신 송상현, 주먹깨나 쓰는 고?출신 나용주가 등장한다. 이들은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고향을 떠나 인천으로 향한다. 셋은 증기선에서 만나 친구가 돼 함께 인천 조계의 일본 해운회사에서 하역 노동자로 일한다. 어느 날 최장학이 살인 누명을 쓴다. 그는 누명을 벗겨주고 큰돈도 주겠다는 일본인 사장의 제안에 넘어가 친구들을 배신한다. 이 일을 계기로 헤어져 생사를 모르고 살던 최장학과 나용주가 훗날 다시 만난다. 나용주는 아편 밀수 조직의 총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최장학은 아편을 없애라는 어명을 받은 관리다. 이들은 조선의 운명을 걸고 한 판 대결을 벌인다.

저자들은 ‘개항기 아수라장 속에서 청나라는 아편에 물들었는데 조선은 어떻게 물들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있을 법한 스토리’를 상상하며 책을 썼다. 아편과 관련된 배경 설정이 섬뜩하다. 청일전쟁으로 아편 조달이 어려워지자 나용주는 공급량을 대폭 줄인다. 그 뒤 다음 상황이 벌어진다. “공급을 끊자 중독자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아편을 구할 수만 있다면 영혼을 팔 기세로 덤벼들었다.(중략) 공급량은 줄었지만 아편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천 배가 넘었다.”

이씨는 “이 작품은 풍화돼 돌아갈 수 없는 땅에 대한 연가이자 운명의 굴레에 갇혀 죽어 간 자들을 위한 진혼곡”이라며 “간난했던 우리의 근대에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50% 이상 상승할 新유망주 + 급등주 비밀패턴 공개 /3일 무료체험/ 지금 확인
매일 200여건 씩 업데이트!!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 총집합! 기업분석,산업분석,시장분석리포트 한 번에!!
한경스타워즈 실전투자대회를 통해서 다양한 투자의견과 투자종목에 대한 컨설팅도 받으세요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