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기찻길 옆 땡땡거리의 빛나는 변신

입력 2016-06-05 18:59  

용산·서대문·홍대 노후 골목, 옛 정취 찾는 젊은층 발길 늘며 새 상권 형성

흑백사진관·이색 맛집 등 독특한 가게들 몰려
낡은 집·기차 소리…"사막의 오아시스 느낌"
월 임대료 100만원 안팎…중개업소 문의 부쩍 늘어



[ 설지연 기자 ]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뒤편에 지은 지 40년이 넘은 서소문아파트 골목길을 따라 우측으로 돌아서자 경의선 철도길 옆으로 작은 가게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허름한 동네 분위기와 달리 세련된 인테리어의 일본식 카레 음식점, 깔끔한 간판의 베트남 쌀국수집, 햄버그스테이크를 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카페, 호프집 등이다. 평일 오후 7시 정도면 퇴근하고 찾은 직장인들로 대부분 가게가 만원이다. 직장인 이소연 씨(29)는 “기차 소리도 들리고 1980~1990년대 골목길의 운치도 느낄 수 있어 종종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용산·마포구 등 기찻길 옆 오래된 골목길인 이른바 ‘땡땡거리’가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신종 골목상권으로 변신하고 있다. 지상 철도가 대부분 지하화하는 추세 속에서 빌딩 사이로 들려오는 기차 소리와 옛 정취가 가득한 골목길이 젊은이에게 이채롭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1~2년 새 서대문역(지하철 5호선)과 충정로역(지하철 2·5호선) 사이 경의선 철도 옆으로 들어선 상점 매매 및 임대 문의가 부쩍 늘었다. 이곳은 다른 도심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싸고 유동 인구도 많지만 기차 소리 때문에 시끄럽고 노후 불량주택이 밀집해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에겐 땡땡거리의 이런 점조차 고전적인 매력으로 느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식당을 하다 지난해 초 이 골목으로 옮겨 이탈리안 음식점 ‘비스테이크’를 운영하고 있는 배현진 씨는 “주변 SK커뮤니케이션즈, 지멘스, HSBC 등에서 근무하는 30대 안팎의 직장인들이 식당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일대 점포 월 임대료는 100만원 이하로 형성돼 있다. 중개업소 에 따르면 미근동 일대가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여 있어 매매보다는 임대 수요가 많다. 골목상권 특성상 점포 규모는 23~26㎡(건축면적)로 크지 않다.

서울 시내 또 다른 땡땡거리인 용산구 한강로동 백빈건널목은 인근 직장인들에게 ‘맛집 골목’으로 불린다. 경의중앙선과 경춘선 화물열차가 오가는 이곳은 서울시에서 미래유산 보전사업지로 지정하기도 했다. 용산 방앗간, 연흥철물, 여천식당 등 오래된 가게들 사이로 입소문을 타며 알려진 ‘오근내 닭갈비’를 비롯한 음식점과 카페, 호프집 등이 있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일대는 국공유지 내 무허가 건물이 많아 점포 매매는 쉽지 않다. 임대료는 월 50만~100만원 선이다.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끝자락 가좌역(경의중앙선) 인근에도 기찻길의 정취를 좇아 가게를 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 달 전 이곳에 카페 ‘달상’을 연 김란이 대표는 “조용한 가운데 기차 소리가 가끔 들리고 나무와 풀이 많은 분위기가 좋아 응암동에서 가게를 옮겼다”고 했다. 주변에는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카페를 비롯해 패션 선글라스점, 도자기 공방, 플라워 카페 등이 군데군데 있다.

이 일대는 연남동 상권 팽창을 기대하는 건물주가 많아 매물을 구하기도 어렵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단독주택을 상가로 업종 변경하면 임대료를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도로변은 3.3㎡당 3000만원 이상을 줘도 안 팔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일대 상가 임대료는 월 150만~200만원 정도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찻길 옆 골목길은 각박한 현실에 대한 탈출 욕망과 결합해 일종의 꿈의 공간으로 젊은 층에게 노스탤지어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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