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자리는 넘치는데 구직자는 절반도 안돼
정부, 저리 대출 등 기업 지원…일손 부족 대책 마련에 총력
[ 도쿄=서정환 기자 ]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일본 기업들이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운수, 보육 등 일부 업종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보다 기업이 원하는 채용 규모가 두 배나 많을 정도로 구인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노동력을 공유하기 위해 유통업체와 화장품업체 등 업종이 전혀 다른 업체끼리 화물 운송에서 협력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규직 급여를 한꺼번에 15% 이상 올려주는 보육원도 등장했다.
◆화물 릴레이 방식 운송체제 도입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매유통업체 이온과 화장품업체 가오는 도쿄 등 수도권과 나고야 등 주쿄권 사이에 물류센터를 두고 서로 릴레이 방식으로 화물을 운반하기로 했다. 한쪽에서 물류센터까지 운반하면 다른 업체가 이를 받아 배달하는 방식이다. 운전자가 당일치기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운전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물류비를 절감하기 ㎸?조치다.
보육원 운영 기업은 임금 인상으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있다. 포핀스는 도쿄 등이 속한 간토지역 정규직 급여를 전년보다 평균 15% 인상했다. 업계 최대 규모인 JP홀딩스도 비정규직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임금을 평균 4% 인상한다. 정부가 대기아동 해소를 위해 업체에 요구한 보육사 급여 인상률(2%)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JP홀딩스는 장학금제도를 마련해 매월 5만엔씩 최장 2년간 지급하기로 했다. 아트육아는 직원에게 주는 출퇴근 비용 상한을 없애 장거리 통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편의점은 해외 유학생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로손은 이달 일본에 유학 예정인 학생이 편의점 업무 등을 배울 수 있는 연수원을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에 열기로 했다. 일본 유학 1개월 전 학생들에게 12~13시간 정도 손님맞이 방법, 일본 문화 등을 가르친다. 로손은 베트남 연수원을 통해 100여명을 외국인 유학생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패밀리마트는 일본 내 전국 전문학교와 연계해 편의점 업무 내용 설명회를 열고 그 자리에서 가맹점주와의 면접을 주선하고 있다.
◆서비스업 등 일손 부족 심각
일본은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1996년 감소세로 접어든 데 이어 2006년부터 총인구마저 줄어들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4월 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인 유효구인배율은 1.34배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2개월 연속 상승으로, 1991년 11월(1.34배) 이후 24년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기업 구인 수는 늘어나는 반면 구직자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럭 운전기사와 보육사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화물 운전자가 속한 자동차 운전직은 4월 유효구인배율이 2.14배에 달했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숙박·음식 서비스업과 도매·소매업 등도 일손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도쿄는 4월 전 업종 평균이 두 배를 넘어섰다.
일본 정부도 일손 부족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2개 이상 기업 간 공동 배송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달 물류종합효율화법을 제정했다. 공동 배송을 하는 사업자에게는 저리로 자금을 지원한다.
보육원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전략특구의 인가 탁아소에 정식 자격이 없는 직원도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각의결정한 ‘일본 1억 총활약 플랜’에서 2025년 출산율을 1.8로 올린다는 목표 아래 2017년도 말까지 보육 정원을 50만명 늘린다는 방침을 정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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