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페르시아 카펫

입력 2016-06-06 17:41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란 핵’ 때문에 금수품으로 지정됐던 페르시아 카펫이 다시 빛을 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수출액이 1100만달러(약 13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늘었다. 미국행이 700만달러(약 83억원)로 가장 많다. 핵무기를 둘러싼 ‘고래 싸움’에 ‘새우등’ 신세가 됐던 ‘요술 양탄자’가 다시 하늘을 날게 된 셈이다.

페르시아 카펫은 거의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한다. 굵은 베실에 양털을 박는 것부터 그렇다. 요즘은 합성섬유를 섞어 짠 보급품도 있지만, 비단으로 만든 고급품은 한 장에 1만달러(약 1200만원)를 넘는다. 3년 전 소더비 경매에서는 17세기 작품이 3370만달러(약 400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중동 왕실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가정의 일상용품으로도 인기다.

카펫은 원래 고대 서아시아 유목민이 갖고 다니던 생활필수품이었다. 거센 모래바람 속에 일교차가 큰 사막을 떠돌아다녀야 했던 이들에게 꼭 필요한 생존도구였다. 이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은 2500여년 전 페르시아의 첫 왕조였다. 이후 몽골 치하에서 벗어나 옛 제국의 영광을 재현한 16~18세기 사파비왕조 때부터 전성기를 맞았다.

카펫의 ?좡?색은 동식물에서 뽑은 천연 염료로 낸다. 붉은색은 광야의 꼭두서니 뿌리와 선인장에 붙어사는 연지벌레, 푸른색은 인디고 나뭇잎과 줄기에서 얻는다. 노란색은 사막의 사프란 꽃, 연두색은 오디나무에서 뽑는다. 이렇게 자연의 색을 입혀 작품을 완성하는 데까지 2~3년이 걸린다.

페르시아 카펫 장인들의 솜씨는 ‘신의 경지’로 불린다. 작업을 끝내면 가게 앞길에 깔아놓고 행인들이 밟고 지나가게 한다. 밟을수록 선명한 색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진짜 고수들은 완성된 카펫에 일부러 작은 흠집을 내기도 한다. 악마의 질투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단순한 융단의 아름다움을 넘어 신과 인간의 교감을 씨·날줄로 직조한 영혼의 예술품이라 할 만하다.

이렇게 완성한 최고의 작품은 ‘부분적으로 대칭이 깨져 있어서’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별과 우주도 완벽한 대칭이 아니라 적당한 비대칭 구조라는 걸 옛날부터 알았을까.

페르시아 카펫은 고전 명작 속에 종종 등장한다. 서머싯 몸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에 나오는 ‘인생은 온갖 무늬의 페르시아 양탄자’라는 구절도 유명하다. 역사 따라 묶였다 풀렸다 하는 페르시아 카펫의 운명처럼 갖가지 고난과 굴레 또한 우리 삶을 다채롭게 하는 양탄자 무늬와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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