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해법 '동상이몽'
케리 "이란식 봉쇄가 해법"…시진핑 "구동존이(求同存異)가 필요"
양보없는 남중국해
케리 "일방적 행동은 안돼"…시진핑 "전략적 오판 피해야"
[ 박수진 / 김동윤 기자 ]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략경제대화(S&ED) 개막식에서부터 남중국해 등 양국 간 핵심 이슈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미국은 통상과 국제 분쟁 등에서 중국이 국제사회의 원칙과 합의를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과)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갈등 이슈 해결에 대한 희망보다는 갈등 증폭의 암운이 더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철강 생산 줄여야” 압박
올해 8회째를 맞은 미·중 전략경제대화 테이블 위에는 남중국해 분쟁과 무역 마찰, 북핵 등 한반도 문제가 핵심 의제로 올라와 있다. 이 밖에도 위안화 환율조작, 투자협정(BIT), 사이버 해킹, 대만 문제 등도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철강 등의 공급과잉 해소 문제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칭화대 강연에 이어 이날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서도 “중국의 철강 등 과잉생산이 세계시장을 왜곡시키고 해를 끼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은 지난달 중국산 냉연강판에 522%, 내부식성 철강제품에 최대 45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40개 중국 철강 수출업체에 대해 담합 등의 혐의로 대대적 조사에 들어갔다. 루 장관은 “중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장관은 전략경제대화의 ‘거시경제·정책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루 장관의 발언을 받아쳤다. 러우 장관은 “중국의 철강·석탄 생산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라며 “2009~2011년 중국의 세계 경제성장 공헌율이 50% 이상일 때는 중국 투자가 글로벌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며 좋아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지난해 9000만t의 철강 생산량을 감축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감산하겠지만, 중국은 중앙계획경제가 아닌 데다 철강업계 생산량에서 민영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2%에 달해 계량화된 수치로 기업 감산을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美 ‘북한 봉쇄론’에 中 ‘소통’ 강조
양국은 북핵과 남중국해 해법을 놓고도 첨예하게 부딪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 ?국가주석이 참석한 개막식 연설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에서 양국이 지속적으로 공동 보조를 맞춰야 하고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가능한) 모든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강한 압박이다.
그러면서 북핵 해법으로 이란식 핵협상 모델을 제시했다. 국제사회가 단결해 북한의 대외관계를 완전 봉쇄해 스스로 협상장으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북핵 등 갈등 이슈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상호존중과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먼저 찾음) 등 건설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이 북핵과 관련, △북한 자금세탁 우려국 지정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자료 제출 요구 △한반도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검토 등 중국을 압박하며 갈등 국면을 조장하는 데 대한 반발이다.
○남중국해 놓고도 팽팽
군사적 충돌 위기에 놓인 남중국해 문제에서는 양국이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케리 장관은 “그 어떤 국가도 해양 갈등 문제에서 일방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국제준칙을 준수하고 대화 등의 평화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갈등이 대결의 이유는 못 된다”며 “양국이 전략적 오판을 피하고 전략적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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