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대통령 건강, 2급 비밀이라는데…

입력 2016-06-07 17:22   수정 2016-06-07 17:33

[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대통령 건강, 2급 비밀이라는데…

야당 “국가원수 건강 상태 공개, 정치적 의도 있는 것 아니냐”

청와대 “감추면 억측 나돌아…알권리 차원, 감기 정도는 공개 문제 없어”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공개한데 대해 야당 일각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건강이나 체력 등은 2급 비밀에 준해 관리하고 있는 이를 공개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측은 링거를 맞으며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7일부터 휴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1주일 가량은 업무를 최소화 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4일 박 대통령이 우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방문 강행군으로 ‘링거’를 맞으며 고군분투했고, 체력이 바닥 나 사실상 탈진 상태라며 주치의가 반드시 휴식을 권고하는 소견을 냈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 일각에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데 따른 파장 등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 때문에 건강 상태를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2014년 3월 네덜란드 독일 방문 때 박 대통령이 몸살기로 국왕 주최 만찬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힌바 있다. 같은 해 9월 캐나다 국빈 방문 땐 강행군으로 인해 링거를 맞았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지난해 4월 중남미 4개국 순방 때도 만성피로에 따른 위경련에 인두염으로 인한 미열로 역시 링거를 맞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대통령의 건강은 민감한 문제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의 건강 이상으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해 할 수 있다. 2014년 11월 박종준 당시 청와대 경호실 차장은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의 건강, 체력 등은 2급 비밀에 준해 관리한다”며 “어느 나라나 국가원수의 건강상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전부 비밀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대장염과 전립선염이 있었지만 이를 숨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12월 폐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를 감췄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걱정하는 말을 하거나 표정을 지으면 안된다”며 “아내에게만 발병 사실을 알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참모들과 있을 때도 비타민을 먹는 것 처럼 위장해 약을 먹고 안색이 어두워 보이지 않도록 부인 김윤옥 여사가 쓰던 화장품으로 화장 했다고 회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말 건강이 좋지 않을때도 있었지만 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뇌경색 증상을 보인 사실이 8년 뒤 공개됐다.

지난해 당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답변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서 (대통령의)시시콜콜한 병명까지 나간 것은 썩 잘된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무조건 감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큰 질병이 아닌 이상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힘으로써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말 버락 윽摸?미국 대통령의 주치의 로니 잭슨 박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인후염 치료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검사 결과 위산 역류에 따른 인후염증으로 인해 후속 치료가 있을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치료 과정 일부를 공개했다. 대통령의 질병에 대한 논쟁이 확산하지 않도록 주치의가 직접 나서 설명함으로써 국민에게 신뢰를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도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원전 수주를 위한 정상외교를 하던 중 과로에 따른 입술이 부르튼 사실을 공개했다.

2급 비밀인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정치적 의도 때문에 공개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 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기간 빡빡한 해외 일정을 소화 하다 보면 누구든지 피로할 수 있다”며 “큰 지병이 아니고 감기와 과로 정도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해 왔던 귀국시 기자간담회가 취소되는 등 일정들이 조정되면 많은 분들이 궁금증을 가진다”며 “건강 상태를 무작정 감추면 불필요한 억측들이 나돌기 때문에 공개하는게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대통령 건강상태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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