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은 곧 비용' 개념이 빠진 서울시 사고대책

입력 2016-06-07 17:39  

구의역 스크린도어 공사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가 어제 대책수립 방향과 일정을 발표했다. 박원순 시장의 회견을 들어보면 안전관련 업무는 시나 서울메트로 직영으로 전환될 분위기다. 서울시는 대규모 진상규명위원회까지 구성했다. 그러나 핵심을 놓치고 있다. 구의역 사고는 근본적으로 안전에 필요한 적정 비용을 누구도 부담하지 않는 구조적 부실 위를 달리는 데서 비롯됐다. 메트로가 퇴직자들을 용역업체에 낙하산으로 마구 보내면서 정작 현장작업 인력은 이들의 3분의 1 임금에 근무해야 했다.

직영인가 외주인가 하는 것이 안전문제의 본질일 수는 없다.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특정 업무를 분사나 외주 체제로 가는 데는 그럴 이유가 있다. 가령 전문기술직과 단순노무직이 단일호봉제에 묶여 있는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정상적인 정책일 수도 있다. 인력관리의 효율성 제고 차원도 있다. 전기·에너지·통신·주택의 공급을 정부가 직접 움켜쥐고 갈 수 없는 것과 같다. 전문기업에 대한 외주가 훨씬 능률적일 수도 있다. 문제는 메트로의 잘못된 용역업체 운용, 퇴직자 특혜 채용 같은 내부의 비경쟁이요 독점이요 부패였다.

‘안전은 곧 비용’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지하철 부채가 급증해 4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서울시는 요금조정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있다. ‘노동이사제’라며 이제는 독점 노조에 경영까지 맡기려고 한? 그리되면 독점과 결탁, 부패의 구조화다. 안전도 비용 문제라는 점은 세월호 사건 때도 거듭 지적됐다. 구의역 사고도 본질은 같다. 천문학적 부채와 누적 적자에 수송 원가계산조차 어려운 회계 위에서 지하철은 달리고 있다. 사고를 낸 은성PSD의 월 용역비 중 30%가 퇴직 메트로 직원의 보수로 나간다 해도, 아니 월간 용역비 6억5000만원 정도의 지출에 서울시는 관심조차 없었을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대표’ 5명, 노동계 대표, 청년대표 등 15명씩이나 동원하는 대규모 조사위를 구성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많은 사공들이 지하철의 안전문제를 어디로 끌고갈지 걱정된다. 노동시장의 불균형과 반시장적 독점 행위, 그리고 이를 방조한 지하철 행정이 문제다.

안전은 합당한 비용을 요구한다. 지하철 승객 중 다수가 공짜인 엉터리 계산서 위에서 무슨 안전을 설계한다는 말인가. 공기업의 독점 노조와 무수한 복지 정책들이 모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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