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무료강좌 운영
"건축은 거주자 입장에서 봐야…고담준론이 건축가들 고립시켜"
[ 이미아 기자 ]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게 ‘사보아 주택(Villa Savoye)’이죠? 그 온통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집 말입니다. 그 집은 ‘현대 건축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극찬받죠. 그런데 하나 물어봅시다. 그 집에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왜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국내 건축학계 원로인사 중 한 명인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63·사진)는 지난 2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 건축학과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한국 건축계의 담론은 1960년대 김중업과 김수근의 시대에 멈춰 버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미 해외에선 30여년 전부터 건축을 거주자, 사용자, 사회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작가주의적 미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을 짓고 사는 건 사람의 본능입니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건축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멀어졌고 철학처럼 돼 버렸어요. 어느 집이든 모두 자신만의 기억을 쌓아 가며 생활하는 공간인데 말이죠. 왜 건축이 미학 차원에서만 논의돼야 하죠? 건축은 고담준론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김 교수는 일반인에게 건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무료 건축학 강좌 ‘공동건축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종합건축사무소 원도시건축에서 매달 두 차례 이상 강좌를 연다. “비싼 강연을 듣기 어려운 건축학과 학생들의 부담을 덜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에게 ‘쉬운 건축학’을 전하며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는 공동성(共同性)이야말로 건축의 중심이라고 생각해요. 건물이란 주택이나 쇼핑몰 등 어떤 형태든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공간’이니까요. 건축 작업 역시 결코 건축가가 홀로 하는 일이 아니죠.”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1979~1993년 서울시립대 교수로 근무했으며, 1993년부터 서울대에 몸담고 있다. 건축기본법을 비롯한 각종 건축 관련법 제정 때 자문 역할을 했으며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대한건축학회 부회장, 한국건축학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다.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 및 건축위원회 위원, 국토교통부 산하 친환경건축설계아카데미 원장, 한국건축가협회 건축교육원장 등을 맡고 있다.
그는 “건축학이 더 이상 일반인과 동떨어진 학문처럼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건축 관련 일을 낮춰 보는 사회적 편견과 건축가들만이 쌓은 작가주의의 벽이 건축가를 고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공간에 대해 조금만 더 배우고 생각한다면 집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축가들이 다른 분야 전문가와 더욱 활발히 의견을 나눠야 더욱 사용자 친화적이고, 아름답고 능률적인 건축물이 나옵니다. ‘누구를 위해서 짓나’ ‘어떤 목적으로 만드나’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등 아주 기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죠? 원래 당연한 게 실천하기 어려워요.”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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