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케이블TV] CJ헬로비전 "신입사원 3명만 남고 떠나"

입력 2016-06-07 19:12  

공정위 M&A 심사 지연에 '속앓이'

40개 협력사 "매출 20%↓…생계 막막"

"빨리 결론나 정상화됐으면"



[ 강영연 기자 ] ‘팔려 가면 자리 걱정, 무산되면 생계 걱정.’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응용프로그램) 블라인드에 올라온 CJ헬로비전 직원의 자조 섞인 글이다. CJ헬로비전 직원 사이에선 요즘 이 같은 대화가 자주 오가곤 한다. 회사 창립 이듬해부터 근무했다는 김모 부장(46)은 “회사도 나도 나아갈 길을 잃었다”며 “세상의 변화에 빠르게 발맞춰 나가야 하는 게 기업의 숙명인데 (SK텔레콤과의 합병 심사 지연으로) 요즘은 회사 시계가 멈춰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가 6개월 이상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CJ헬로비전 직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CJ헬로비전의 영업과 서비스 대행을 해주는 협력사 40여곳의 사정도 비슷하다.

CJ헬로비전에는 지난해 하반기 입사한 신입사원이 세 명 있다. 일부 신입사원은 지난해 말 회사의 합병 계획이 발표된 뒤 본인의 희망에 따라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들은 끝까지 남았다. 방송 업무를 꼭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이승혁 씨(28)는 “대학 시절 마케터로 활동하며 방송 분야의 事?키워왔다”며 “하루빨리 합병 결론이 나서 회사가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내 커플로 최근 결혼한 박모 대리(31) 역시 합병 심사가 서둘러 마무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박씨는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가족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며 “전세 계약 문제로 집도 다시 알아봐야 하는데 직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고민”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의 협력사도 매출 감소와 직원 이탈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 부천·안양·김포 지역에서 CJ헬로비전 가입자 유치, 네트워크 설치 등을 대행해 주는 드림네트웍스는 영업팀을 여섯 개에서 두 개로 줄였다. 김대환 드림네트웍스 김포사업부장은 “통합이라는 시너지로 일감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계속 합병 심사가 지연되고 있으니 실망이 크다”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CJ헬로비전의 지원금도 줄어들다 보니 영업이 어려워 직원들이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드림네트웍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줄었다”며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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