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실패한 도전'에 인사고과 더 준다

입력 2016-06-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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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만명 인사평가 전면 개편

'낙인 찍는' 직원 등급제 없애고
수시로 평가해 그때그때 성과 보상
스타트업 DNA 심어 신사업 추진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의 간판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100년이 넘는 회사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터빈, 기관차 등 신제품을 생산하는 일이 아니다. 31만5000명 임직원을 평가하는 제도를 완전히 다시 쓰는 작업이다.


○완벽 추구 대신 위험 감수

GE는 미국식 경영의 교과서로 불린다. 그만큼 GE가 시도하는 새로운 경영기법과 인사제도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주된 관심사였다. 그 유명한 크로톤빌연수원에서 인재와 후계자를 양성하고, ‘6시그마운동’으로 제품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경영전략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동안의 GE 인재상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수십년간 GE가 강조한 이상적인 직원의 모습은 제품의 결함을 찾아내고, 생산성을 높이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데 능숙한 인재였다. 그러나 급변하는 기술과 경영환경을 좇아가려면 혁신 주도형 기업으로 변신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위험을 적극 감수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GE는 결론 내렸다. 기존 인사평가 방식을 대대적으로 수술하기로 한 전략적 배경이다.

GE는 우선 직원을 ‘롤모델’에서 ‘저성과자’에 이르기까지 다섯 가지 등급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폐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혁신은 수평적인 협업이 강조되는 기업문화에서 나온다고 판단했다.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직원 개개인을 점수로 평가해 ‘낙인 찍는’ 평가 방식을 버리기로 했다.

GE는 매년 한 차례 시행하는 성과측정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직원들의 자기 평가와 문서 작성, 관리자 평가와 최종 책임자의 승인 등에 5개월이나 걸리면서 비효율이 커진 탓이다. 또 연중평가를 통해 연봉 인상과 보너스 지급이 수시로 이뤄지고, 관리자가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보상수단을 갖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제조 공룡’에서 스타트업으로

WSJ는 GE의 새로운 인사평가 모델이 ‘패스트 워크(fast work)’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경쟁회사보다 빨리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고, 고객 반응을 제품에 즉각 반영해 완성도를 높이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경영전략 ‘린(Lean) 스타트업’을 모방했다는 것이다. GE가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 공룡’에서 벗어나 민첩한 스타트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셈이다.

비브 골드스타인 GE 글로벌 혁신촉진사업부 부사장은 “새로운 전략이 도입되려면 직원들이 새로운 실험이나 실패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E가 제조 현장에서 여전히 강조하는 6시그마가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직원 등급을 매기지 않는 평가 방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시도하는 일 자체가 이전의 GE 문화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하고 합리화하려 한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자신의 성과에 대해 상사와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게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GE@PD)을 활용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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