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조와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
귀중한 시간, 끝이 있다는 걸 명심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공 온조가 카페 ‘크로노스’ 메인 화면에 올려놓은 문구이다. 시간을 얻는 사람은 만사를 얻는다(디즈레일리). 시간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다(에센 바흐). 시간은 인간이 소비하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테오프라스토스). 시간을 선택하는 것은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다(베이컨).
시간에 관한 명언은 수없이 많다. 지금 이 순간도 째깍째깍 시간이 흐르고 있다.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공기처럼 무한정 주어진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끝이 있다. 어른들은 ‘세월이 살 같이 빠르다’며 아이들에게 틈만 나면 ‘시간은 금’이라는 걸 강조한다. 그만큼 귀하기 때문이다.
이런 귀중한 시간을 파는 상점이 있다면 누구라도 들러보고 싶을 것이다. 인터넷서점에서 검색해보면 실제로 제목에 끌려서 책을 구입했다는 댓글이 많다. 그래서인지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2012년 발간한 이래 20만 부를 돌파했다.
주인공 온조, 고교 2학년 여학생이다. 소방관인 아버지가 순직하고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어느 순간, 시간은 돈이 될 수 있으니 시간을 팔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개설한다. ‘자신의 능력 이상은 거절할 것, 옳지 않은 일은 절대 접수하지 않을 것, 의뢰인에게 마음이든 뭐든 조금의 위로라도 줄 수 있는 일을 선택할 것, 무엇보다 시간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는 규정을 세운 온조는 카페 대문에 고대 그리스의 신 크로노스의 모습을 올려놓았다.
훔친 물건을 대신 돌려주라
‘시간을 파는 상점’에 첫 번째 의뢰인이 맡긴 일이 뭘까. 훔친 물건을 주인에게 되돌려 주는 일을 대신해 달라는 것이었다. 온조는 그런 일은 할 수 없다고 거절하지만 의뢰인은 자신이 훔친 물건이 아니라는 것과 그 물건에 얽힌 복잡한 사정을 알리면서 다시 부탁한다. 온조는 치밀한 계획아래 그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두 번째 의뢰인은 자기 대신 할아버지를 만나달라고 부탁한다. 할아버지는 식사를 하면서 “요즘은 속도가 너무 빨라. 왜 이리 빠른지 모르겠어. 빠르다고 해서 더 행복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라며 시간에 대한 회환을 들려준다. 온조는 할아버지를 만나 시간 너머 의미를 관장하는 카이로스에 대해 생각한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시간의 두 가지 의미에 대해 고찰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방법이다.
장물을 제자리에 갖다놓았지만 또다시 ‘그 아이’는 물건을 훔치고, 할아버지를 만나달라고 부탁한 강토의 가족사는 알면 알수록 복잡하다. 이래저래 머리 아픈 온조는 엄마와 불곰 선생님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다른 사람을 구하다가 세상을 떠난 숭고한 아빠를 잊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온조에게 엄마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늘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은 예고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소중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 엄마 옆에 새로운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아빠와의 시간은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그러니까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얘기야.”
의뢰인들을 만나면서 시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온조는 ‘엄마가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며 엄마의 삶을 존중한다.
시간을 철학적으로 생각하자
<<시간을 파는 상점>>은 스토리 위주의 여타 청소년 소설과 달리 ‘시간’을 철학적으로 해석하여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김선영 작가는 주인공 온조의 생각, 의뢰인 ‘내곁에’의 존재, 친구 난주와 혜지, 두 번이나 물건을 훔친 뒤 무너질 뻔 했던 그 아이, 복잡한 가족사를 안고 있는 강토, 이들의 삶을 시간과 연결해 의미있게 풀어냈다.
상점 주인 온조가 의뢰인들과 주고받은 문자, 물건을 훔친 그 아이에게 보낸 정이현의 짧은 편지 등 책 속의 다양한 목소리에도 귀기울여보라. 죽음을 결심했던 그 아이가 ‘그동안 내가 용기라는 것을 한 번도 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의 강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 내가 나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 나에게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용기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라고 독백하는 장면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간을 파는 상점>>에 들러 여러 관계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풀어지는지, 시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깊이 생각해보라. 지금 이 순간도 내 옆에서 계속 흘러가고 있는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만들 것인지, 시간을 파는 상점의 온조가 독자들과 얘기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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