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수 부산 하나병원장
[ 이지현 기자 ]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도 화상 환자는 외면당했다. 감염위험이 커 누구보다 잘 관리받아야 하지만 암 환자 등에 밀려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정철수 부산 하나병원장(사진)은 “화상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2000년 6월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하나병원을 세웠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내과 등의 환자를 모두 보는 130병상 규모의 준종합병원으로 시작했다. 개원 1년 만에 화상센터를 세웠다. 화상 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으로 입소문이 났다.
2005년 한강 이남 지역 병원으로는 유일하게 화상전문병원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화상 환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로 가기 어려운 부산 울산 경남 지역 화상 환자는 모두 이 병원을 찾았다. 170병상 규모 화상전문병원이 됐다. 정 원장은 하나병원을 “화상 분야의 대학병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화상 성형까지 한 곳에서 모두 받을 수 있는 질 높은 병원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하나병원은 한강 이남 첫 화상전문병원이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화상 환자를 보는 병원이기도 하다. 화상병원이라는 개념도 없던 때 정 원장은 화상병원을 세웠다. 국내 화상전문 의료진이 10여명 정도였을 때였다. 더 나은 치료 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에만 여러 번 다녀왔다. 그는 “병원 문을 연 초창기에는 진료에 대해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았다”며 “해외 화상학회가 있으면 따라다니면서 강의를 듣고 촬영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보고 배운 기술로 환자를 치료했다. 지금은 각종 화상 관련 학회 임원을 맡을 정도로 권위자가 됐다. 그 사이 하나병원 화상외과 의료진은 5명으로 늘었다. 정 원장은 “외국에서 배웠던 경험을 살려 지금도 의료진이 3년차가 되면 한 달씩 연수를 보낸다”고 했다. 그는 “세계 최고 병원을 봐야 최고의 의술을 선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 피부의 95%에 화상을 입은 환자가 하나병원에서 목숨을 구했다. 일본 나가사키 의과대학은 이 병원과 의료 교류를 한다. 중화상 치료 최신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다.
부산 지역에서 화상 사고가 날 땐 병원이 항상 중심에 섰다. 2009년 경남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 중 산불이 나 연기 화상을 입은 환자 20여명이 이 병원을 찾아 진료받았다. 일본 규슈에서 부산으로 관광 온 일본인들이 실탄 사격장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병원으로 분산 수용됐던 환자 상당수가 하나병원 중환자실로 와 치료받았다.
화상 분야는 언제든 중증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항상 가동한다. 정 원장은 “100명의 외상 환자 중 5%가 화상 환자라면 이 중 중화상은 20% 정도”라며 “100명 중 1명 정도인 환자를 지키기 위해 늘 중화상 병상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이 항상 환자에게 강조하는 것은 예방이다. 대한손상예방협회 등에 강연을 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예방교육도 한다. 그는 “해운대구 등지에 클리닉을 세우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화상병원은 지역에 필요한 필수자원”이라며 “화상병원이 재정적으로 어렵지 않도록 공익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우수병원입니다. 복지부로부터 난도 높은 질환에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인증받은 전국의 병원 111개가 전문병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부산=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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