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실록에 ‘중국인(唐人)으로 바닷길을 잘 아는 자들이 해삼을 채취하기 위해 매년 여름과 가을의 계절이 바뀔 때 해서(海西)를 무리지어 왕래하는데 근년에 더욱 많아져서 배가 몇백 척이나 되는지 알 수 없다’는 대목이 나온다. 백령도 앞바다의 중국 선원이 500~600명이나 됐다는 내용도 있다.
조선은 이들의 불법 행위를 보면서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 나포와 압송보다는 총포로 위협해 먼바다로 내쫓는 게 고작이었다. 압송하면 인력·우마·식량 등의 소요가 부담됐기 때문이다. ‘상국(上國)의 백성’이라 해서 함부로 쫓아버리지 못하고 식량과 노자를 줘 돌려보내기도 했다. 요즘도 비슷하다. 날마다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으로 중국 어선 300여척이 몰려와 쌍끌이로 수산 자원의 씨를 말리고 있다. 참다 못한 연평도 어민들이 이들을 직접 나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중국의 어장 약탈로 몸살을 앓는 건 우리만이 아니다. 몇 달 전 남미의 아르헨티나 해군은 격렬하게 저항하는 중국 어선을 총포로 격침시켜 버렸다. 인도네시아도 수십 척의 불법 조업 어선을 해상에서 폭파하고, 남중국해 인근에 전투기까지 배치하기로 했다. 필리핀, 러시아 역시 외교 갈등을 빚고 있다. 아프리카 해역을 점령한 중국 어선만 500척을 넘는다.
세계 각국이 ‘어장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어민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며 단속과 법 집행을 미루고 있어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중국의 1인당 생선 소비량은 세계 평균의 2배에 이른다. 이에 비해 연안 어업 실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남획과 오염 때문이다.
중국 어선들의 저항도 흉포화하고 있다. 갑판에 쇠꼬챙이를 박아 해경의 접근을 막는 건 기본이고 도끼 쇠파이프 등 흉기를 총동원해 반항한다. 2008년 검문하던 우리 해경이 둔기에 맞아 숨진 것 같은 비극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젠 한강하구 중립수역까지 침범하고 있다. 결국 우리 군과 해경, 유엔군사령부가 중국 어선들을 내쫓는 합동작전을 펼쳤다. 정전협정 이후 처음이다. 현대판 황당선의 폐해가 그만큼 심각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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