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교과서 새로 쓸 '제2 신의 입자' 찾는다

입력 2016-06-12 18:36   수정 2016-06-13 10:59

8월 ICHEP서 발표 가능성

유럽서 거대강입자가속기로 작년 새 입자 추정 흔적 발견
서울대·한양대 등 국내 연구진 검출기로 측정한 자료분석 참여



[ 박근태 기자 ]
스위스 제네바 인근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요즘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6월 이곳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새로운 입자로 추정할 만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물리학 교과서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새 입자의 발견 가능성에 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7시 서울 한양대 자연과학관 1층 네이처홀에서는 LHC의 핵심 검출 실험장치 중 하나인 뮤온압축솔레노이드(CMS)와 생중계로 연결하는 국내 첫 ‘CMS 가상 투어’ 행사가 열렸다. 1시간30분 동안 이어진 이 행사에는 한국 CMS 실험연구단을 이끄는 양운기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대학·대학원생은 물론 고교생까지 56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 7시간 떨어진 CERN 현지와 인터넷 생중계로 연결한 이날 행사에서는 CMS 주요 실험과 시설이 소개됐다. LHC는 2012년 반세기 가까이 베일에 가려졌던 힉스 입자 정체를 규명하고 약 2년간 휴식 기간을 거쳐 지난해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LHC는 지하 100m 깊이에 둘레만 27㎞에 이르는 거대한 링(빔파이프) 구조를 하고 있다. 여기엔 CMS를 비롯해 아틀라스, 대형 이온 충돌기 실험(ALICE), LHC 보텀쿼크 공장(LHCb) 등 네 대의 검출기가 붙어 있다. 이날 모자에 웹카메라를 달고 CMS 검출장치로 내려간 안내원이 주머니칼을 꺼내 장치 부근에 갖다대자 곧바로 달라붙었다. 입자 검출을 위해 검출장치에 붙어 있는 전자석에서 나온 자기장 때문이다. 한 학생이 LHC에서 검출되는 입자의 종류를 물었다. CERN에서 근무하는 고정환 성균관대 박사후연구원은 “입자가속기에선 25나노초마다 한 번씩, 1초에 10억번 이상 충돌이 일어난다”며 “표준모형에 등장하는 쿼크와 W보손(자연계 4개 힘 중 약력을 전하는 입자), 힉스 입자 등이 일상적으로 검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충돌 에너지가 커지면 순간 미니 블랙홀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는 양성자를 4테라전자볼트(TeV)로 가속해 8TeV로 충돌시켰을 때 검출됐다. 이때 질량은 125기가전자볼트(GeV)였다. 지난해 에너지를 높여 13TeV 에너지로 양성자를 충돌시킨 결과에서는 힉스 입자보다 무거운 750GeV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김태정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아틀라스 실험장치에서 그간 예상치 못한 750GeV 영역에서 입자 존재를 알리는 광자 쌍이 붕괴하는 현상이 일어났다”며 “힉스와 다른 새로운 입자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오는 8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제38회 국제고에너지물리학술대회(ICHEP)를 주목하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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