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주(株)가 방향성을 잃고 헤매고 있다. 시행 2년 만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의 개정 가능성이 커지면서 '마케팅 전쟁'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단말기 지원금의 상한선을 폐지하거나 상향 조정하는 단통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25만~35만원에서 결정하게 돼 있는 지원금 제한 규정을 '출고가 이내'로 바꿔 사실상 지원금 규제를 철폐한다는 계획이다. 단통법이 소비자들간 지원금 격차를 없앤다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통신 시장의 침체를 불러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단통법 개정에 대한 소식이 들리자 KT·LG유플러스·SK텔레콤 등 통신주(株)는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 LG유플러스는 전 거래일보다 300원(2.8%) 하락한 1만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단통법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인 지난 9일 이후 7.7% 급락했다. KT도 이틀만에 3.7%, SK텔레콤도 2.8% 떨어졌다.
사실상의 단통법 폐지가 통신사의 이익률 하락과 실적 변동성 확대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원금 상한선 조정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지원금의 상한선은 높아지지만 가입자별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은 그대로 남아있어서다. 지원금 상한선이 조정되더라도 마케팅 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확률은 낮다는 분석이다.
박상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원금 상한선이 높아져도 통신 3사가 무분별한 지원금 지급으로 가입자 유치 경쟁에 가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가입유형 및 요금제별 차별 지급은 여전히 금지돼 불법 보조금을 통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다 해도 단기적으로 마케팅 비용 경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단통법 폐지 논란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은 통신사에 악재로 작용해 왔다. 단통법 시행 전인 2014년 9월 3만7000원을 바라봤던 KT의 주가는 단통법 시행과 함께 2만원대로 하락했고 SK텔레콤 역시 30만원을 오가던 주가가 22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LG유플러스도 1만3000원에서 9000원대까지 등락을 거듭했다. 당초 예상했던 경쟁 완화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는 시장 침체라는 부정적 요인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단통법 개정이 통신주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시장 활성화라는 과실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 글로벌 휴대폰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이 뒷걸음질친 것은 단통법의 영향 때문"이라며 "보조금 규모가 대폭 증가할 경우 국내 휴대폰 시장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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