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기 연결없이 무선 가능
퀄컴·에이서·델 등과 손잡아
구글'데이드림'선보여
넷플릭스·HBO 등 우군 확보
삼성 등 지원용 스마트폰 곧 출시
소니'플레이스테이션 VR'
게임기와 연동해서 사용
올 50개 게임 출시…생태계 강화
[ 이호기 기자 ]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잇따라 가상현실(VR)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저마다 글로벌 우군 확보에 나섰다. VR이 스마트폰의 지위를 대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차세대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이들 기업 간 경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MS는 이달 초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에서 VR 플랫폼인 ‘홀로렌즈’를 개방해 외부업체가 이를 탑재한 단말기를 개발하게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텔 AMD 퀄컴 에이서 에이수스 델 HP 레노버 MSI 등 다수의 IT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았다. 홀로렌즈는 고글처럼 생긴 VR 헤드셋으로 지난 3월 MS가 주최한 개발자 회의 ‘빌드’에서 처음 공개됐다.
운영체제로는 윈도10을 탑재했다. 스마트폰이나 PC 등 외부 기기와 연결하지 않고 무선으로 쓸 수 있다. 홀로렌즈는 VR뿐만 아니라 증강현실(AR) 기능까지 결합했다.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는 홀로렌즈 사용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만나 상호 작용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테리 마이어슨 MS 수석부사장은 “VR 기기를 쓴 상태로 손을 사용해 가상의 물체를 조작하고 실제 물체를 3차원(3D) 이미지로 스캔해 작업할 수도 있다”며 “자신의 가상 세계에 다른 사람의 아바타를 초청해 협업하는 ‘텔레포트’나 서로 짝을 이뤄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도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회의(I/O) 2016’에서 VR 플랫폼인 ‘데이드림’을 처음 선보였다. 데이드림은 구글의 차세대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 N’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스마트폰 헤드셋 컨트롤러 앱(응용프로그램)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데이드림도 MS 홀로렌즈처럼 개방형 플랫폼 전략을 채택했다.
클레이 베이버 구글 VR 담당 부사장은 “몇 달 내 데이드림용 헤드셋과 컨트롤러가 나올 것”이라며 “삼성 LG 샤오미 HTC 화웨이 ZTE 아수스 등 제조사가 올가을에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앱 분야에서는 360도 영상과 VR 게임이 제공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 EA 유비소프트 넷플릭스 HBO 등 VR 콘텐츠 기업들을 대거 우군으로 확보했다.
페이스북 계열 VR 플랫폼 회사인 오큘러스도 삼성전자와 협력해 만든 ‘기어 VR’과 자체적으로 출시한 ‘오큘러스 리프트’를 함께 시판 중이다. 지난해 출시된 기어 VR은 모바일 전용 VR 헤드셋으로 전 세계 판매량이 100만대에 달하는 등 VR의 대중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당 가격이 99달러(국내 가격 15만원대)로 삼성의 갤럭시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오큘러스는 올해 초에는 PC 기반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리프트도 선보였다. 대당 가격이 599달러로 높지만 해상도(4k)가 높고 시야각이 넓어 몰입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하지만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하려면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카드(GPU)가 장착된 PC가 필요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큘러스는 VR 콘텐츠 보급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큘러스의 콘텐츠 장터인 ‘오큘러스 스토어’에는 이미 1000개 이상의 VR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다.
소니가 오는 10월 출시할 ‘플레이스테이션 VR’은 콘솔 게임에 기반한 플랫폼이다.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2016)에서 처음 공개된 플레이스테이션 VR은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PS4)와 연동해 사용하는 VR 기기다. PS4 본체에다 헤드셋과 카메라 컨트롤러 등이 포함된 패키지 가격은 799달러다. 본체를 제외한 가격은 500달러다. 플레이스테이션 VR은 고성능 게임기 PS4의 컴퓨팅 능력을 최대로 활용해 몰입감이 높은 가상현실 환경을 만든다.
업계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의 가격이 경쟁 제품보다 낮 ?데다 P4를 보유한 기존 사용자 3600만명을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어 소니가 VR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니는 올 연말까지 50개 VR 게임을 공급해 관련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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