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 없는 남이섬, 정년은 80세…전명준 대표도 44세에 입사 청소부터 시작해

입력 2016-06-13 17:42  

남이섬의 독특한 기업문화
국적·성별·나이·학력 불문 '정직하고 부지런한 분' 채용
"남이섬은 사회적 기업…아날로그 휴양지로 거듭날 것"



[ 김태호 기자 ] “남이섬은 비상장사지만 베일 속의 기업은 아닌데요.(웃음)”

전명준 남이섬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남이섬은 40~50대에게는 ‘MT 명소’, ‘강변가요제’로 기억된다. 20~30대에게는 록페스티벌의 무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베일에 가려진 기업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1962년생인 전 대표는 10년 전인 2006년 44세의 나이로 남이섬에 입사했다. 그는 종합상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벤처기업을 창업했지만 쓴맛을 봤다고 한다. “사업 실패 후 대학 시절의 추억이 남아 있는 남이섬을 찾아갔어요. 그 사이에 몰라보게 변한 이 섬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입사해 처음엔 쓰레기를 줍고 호텔의 말단 서비스업무를 맡았다. 남이섬은 직원을 채용할 때 국적, 성별, 연령, 학력 등을 보지 않는다. 전 대표가 40세가 넘는 나이에 입사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금도 남抉?채용공고에 지원 자격은 ‘정직하고 부지런한 분’으로 간결하게 표기한다. 직원 간에 직급도 없다. 업무의 ‘리더’만 존재할 뿐이다. 원한다면 호텔 서비스직에서 사무직이나 행정직으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직원들이 원하는 업무를 다양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회사가 직원을 양성하는 방법이다. 정년도 80세다. 정년까지 일한 직원에게는 ‘종신직원’이라는 명예를 부여해 퇴직 이후에도 회사가 매월 80만원씩 연금을 지급한다. 지금까지 7명의 직원이 ‘종신직원’에 선정됐다.

기업문화는 자유롭지만 능력과 기여도에 따라 승진도 이뤄진다. 전 대표는 이사와 전무를 거쳐 2015년 1월 강우현 전 대표(현 제주남이섬 대표)의 뒤를 잇는 리더가 됐다. 그는 남이섬을 ‘사회적 기업’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기업의 목적인 ‘이윤 창출’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남이섬의 경영방식을 이해하기가 어렵겠지만 자연 그대로의 관광지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를 이해해 달라”고 했다.

전 대표는 회사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를 운영하는 관광업체로 키운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중국의 용경협, 남미의 안데스산맥 등 세계 어딜 가도 국가별로 자연을 살린 명소들이 있다”며 “남이섬을 한국의 이런 관광지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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