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무슬림 '자생적 테러' 무게…범행전 911에 전화 'IS 충성서약'
대선 쟁점으로 급부상
안보·이민문제 초점 맞춘 트럼프 "오바마 즉각 사임해야" 공세 강화
불똥 튈까 조심스런 힐러리 "끔찍한 총격" 총기규제 몰고갈 듯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12일(현지시간) 발생한 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오는 11월 치러질 미 대통령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이번 사건이 미흡한 총기규제로 인한 ‘인재(人災)’로 규정될지, 자생적 테러로 인한 안보문제로 규정될지에 따라 대선 판도가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총기규제 문제로 귀결되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테러문제로 규정되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누구나 총기 사는 나라 원하나”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날 총기난사 사건으로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53명 이상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희생자 규모는 최악의 총기 참사로 기록된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32명 사망, 30명 부상)을 크게 웃돈다.
이번 사건은 일단 자생적 테러행위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총격사건 용의자로 사건 진압 중 사살된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29)이 범행 직전 911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서약을 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테러 행위이자 증오 행위”라며 “용의자가 극단주의 세력과 어떻게 연계돼 있는지 파악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살상무기를 손에 넣는 게 얼마나 쉬운지 다시 한번 일깨웠다”며 “이게 우리가 원하는 나라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사건 성격을 테러로 규정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사고 배경에 느슨한 총기규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거론, 총기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책임론을 상기시킨 것이다.
◆트럼프 “오바마 대통령 사임해야”
트럼프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 퇴진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이 (사건 배경을) 과격한 이슬람 테러리즘으로 규정짓지 않는다면 수치심을 느끼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올렸다.
CNN은 트럼프가 13일 예정된 뉴햄프셔 연설 초점을 클린턴 부부의 스캔들에 맞출 계획이었으나 이 ?사건을 계기로 테러리스트 공격과 이민문제, 국가 안보에 맞출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느슨한 이민정책으로 자생적 테러를 허용한 오바마 대통령의 실책을 집중 공격해 오바마 정책 계승을 자임하는 클린턴 전 장관까지 한꺼번에 공격한다는 전략이다.
◆클린턴, 오바마와 합동유세 취소
클린턴 전 장관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자칫 오바마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불똥이 자신에게도 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15일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과의 첫 합동유세(위스콘신주) 일정도 취소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앞으로 이번 사건을 테러보다 총기규제 문제 쪽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총기협회(NRA)의 공화당 로비에 따른 규제 완화로 대형 총기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고, 이는 공화당과 트럼프의 부패로 연결된다는 선거전략을 염두에 뒀다.
NRA는 미국 최대 로비단체로, 지난해 공식 로비자금 300만달러를 포함해 총 2800만달러를 정치권에 지원했다.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NRA는 막강한 로비력으로 오바마 정부가 2012년 제출한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 의무화 법안 등을 제지하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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