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세우기식 교육 안돼…대학에 자율권 줘야" 서울 10개 사립대 총장, 대학개혁 '작심발언'

입력 2016-06-13 18:35  

미래대학포럼 첫 공개 토론

김용학 연세대 총장
"대학, 급변사회 대처 미흡…학위 무용론 등 위기 자초"

이영무 한양대 총장
"창의적 인재양성 위해 글로벌 창업기숙사 만들자"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해외대학과 경쟁 이기려면 획일적 입시제도 바꿔야"



[ 박동휘 / 김동현 / 박상용 기자 ] 서울에 있는 주요 사립대 10곳의 총장들이 대학개혁을 위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교육부를 향해서는 획일적인 입시제도와 대학평가를 그만두라고 촉구했고 ‘철밥통’ 교수사회의 자성론도 내놨다. 해외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글로벌 창업기숙사’를 대학 간 공동으로 운영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계에 직면한 대학교육”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등 서울 10개 사립대 총장들이 발족한 미래대학포럼이 13일 연세대 학술정보관에서 첫 공개포럼을 열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문명사적 기로에 선 대학’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고 염재호 고려대 총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이영무 한양대 총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포럼은 국내 대학교육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시작됐다. 김 총장은 “대학에 등교하는 학생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고맙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재정, 정체성, 테크놀로지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대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연구에 들어가는 비용은 증가하는데 등록금 동결 등으로 교육 투자비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총장은 “정보기술(IT) 혁신으로 지식의 생산과 유통 방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대학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학위 무용론’, ‘가격(등록금) 인하론’ 등 정체성의 위기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1년여 전부터 매달 총장들의 모임을 주도해 미래대학포럼의 산파 역할을 한 염 총장은 “이제 더 이상 위기를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화답했다. 그는 “지난 20세기가 고용 중심 시대였다면 앞으로 100년은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라며 “소위 명문대학이라는 곳에 들어가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일정한 틀에 얽매여 공부하는 줄세우기식 교육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말했다.

◆“철밥통 교수사회도 변해야”

위기 진단에 이어 이영무 총장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창의적 인재 양성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학생들이 해외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대학이 도와야 한다”며 “한양대를 포함해 미래대학포럼 소속 10개 사립대가 공동으로 글로벌 창업기숙사를 해외에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등 큰 무대에서 창업해야만 세계적으로 통하는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창업 교육도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얼마나 많이 창업했는가’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학생들이 한 학기 혹은 1년간 직접 사업을 하면서 경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수사회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 총장은 “학문 간 벽을 허무는 융·복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학생들은 복수전공을 택하는 게 대세인데 오히려 교수들은 단일전공을 고집한다”고 꼬집었다.

최경희 총장은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보완할 방안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대학이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해외 대학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비판했다. 그는 “바로 옆에 있는 연세, 서강, 이화여대가 정부가 던진 과제를 나눠먹는 게 현실”이라며 “이들 대학끼리 힘을 합할 때 더 큰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경쟁을 유도하기보다는 협업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첫 공개포럼을 연 미래대학포럼은 3개월에 한 번씩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박동휘/김동현/박상용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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