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디젤 게이트’ 직후 미국에서는 바로 사과하고 대규모 리콜을 약속한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미국에서는 구체적인 소비자 배상액까지 나오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에 대해서는 그 어떤 배상 움직임도 없다. 한국을 대놓고 무시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안하무인식 대응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 정부는 2011년 일부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가 조작된 사실을 밝혀내고도 이렇다 할 제재를 못 했다고 한다. 관련 법규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임의 설정’에 대한 처벌 조항을 만들었지만 과징금이 너무 적어 실효를 거둘 수 없었다. 지난해 폭스바겐 과징금이 141억원에 불과했던 것도 그래서다.
소비자들도 할 말이 없다. ‘디젤 게이트’ 직후인 지난해 11월 한국 내 폭스바겐 판매는 사상 최고치였다. ‘선납금 없는 60개월 무이자 할부’ 덕분이었다. 이후 다소 주춤하더니 지난달에는 전월 대비 세 배나 팔리며 아우디와 합해 수입차 1위를 탈환했다. 올 들어 5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도 폭스바겐 티구안이다. 부도덕하게 공기를 오염시키든, 소비자를 기만하든, 원하던 수입차를 싸게 살 수만 있다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참으로 부끄럽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폭스바겐에 무시당해도 싸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치권이 조용한 것도 이상하다. 국내 자동차업체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면 어땠을까. 정치권이 앞장서고 이런저런 세력들이 가세해 온갖 규제와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뒤돌아 웃고 있을 폭스바겐의 눈에도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임이 분명하다.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