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수조원대 면세점·호텔 인수 무산…경영시계 '먹구름'

입력 2016-06-14 18:14  

롯데그룹이 검찰의 비자금 수사 여파로 추진 중이던 해외 면세점 등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포기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시작되면서 미국 석유회사 액시올 인수 무산에 이어 롯데그룹의 대형 M&A 작업에 줄줄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 말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완공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신동빈 회장(사진)과 주요 경영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그룹 전체가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재계와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최근까지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 협상을 진행하다 검찰 수사 이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의 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로 최종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호텔롯데 상장이 연기되면서 M&A에 소요되는 자금 조달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M&A가 성사됐을 경우 롯데면세점은 세계 1위 듀프리와의 매출 규모 격차를 줄여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밝힌 목표 '세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한 밑거름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호텔롯데는 추진하던 프랑스와 미국 소재 호텔 M&A도 검찰 수사와 증시 상장 불발로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에서 추진하던 유통 및 휴양시설 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이 범 인도권에서 추진하는 복합쇼핑몰 개발 사업, 베트남과 중국의 복합상업단지 개발 역시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속초의 '롯데리조트 속초'와 안면도 일대 리조트 사업 건립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류회사 현대로지스틱 인수 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당초 롯데제과 등 8개 롯데 계열사는 순차적으로 콜옵션 행사를 통해 현재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일호'가 보유한 현대로지스틱 지분을 매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롯데 계열사들이 수사 대상에 올라 주식 인수 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기업구조 개선 핵심안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가 좌초되고 미국 액시올 M&A가 불발되면서 신동빈 회장이 내세운 '글로벌 경영'과 '투명 경영'이 위협받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큰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업들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오는 14일 루이지애나주 롯데케미칼 에탄가스 분해 공장 기공식 참석 후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을 마친 뒤 귀국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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