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멋' 담은 디자인
재킷 한 벌에 178개 공정…태극의 빨강·파랑색 담아
[ 이수빈 기자 ]
미싱기 바늘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드르르륵’ 소리를 냈다. 남색 재킷 끝단에 얇은 흰색 천이 덧붙여졌다. 한복 저고리의 동정 같은 모습이었다.
14일 찾은 부천 송내동 엔에스에프(NSF) 공장에선 오는 8월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입을 단복 제작이 한창이었다. 남색 재킷과 흰색 바지, 하늘색 저지셔츠를 제작하기 위해 100여명 직원의 손이 저마다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지카 바이러스 막는 섬유’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 빈폴의 협력업체인 이곳은 원래 남성복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공장이다. 빈폴은 2012년에 이어 이번에도 대표팀 단복 제작을 맡았다.
빈폴은 이번 단복을 디자인하면서 첨단 소재를 활용해 기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우선 지카 바 肩?보?예방하기 위해 섬유에 방충 가공을 했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를 퇴치하는 방충 물질을 단복에 쓰이는 모든 원단에 코팅했다. 이 섬유는 곰팡이와 진드기도 억제한다.
무더운 브라질 기후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재킷과 셔츠에 ‘딜라이트 리넨’ 소재를 활용했다. 빈폴이 작년 4월 개발한 이 소재는 리넨과 폴리에스테르를 합성한 것이다. 통풍이 잘 되고 신축성이 좋다.
바지에 사용한 섬유는 나노 가공을 했다. 물과 오염물질이 묻어도 튕겨내기 때문에 케첩이나 커피가 묻어도 손으로 털어낼 수 있다. 단복 디자인을 총괄한 김수정 빈폴 디자인실장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일교차가 커서 밤에는 옷을 입어도 쌀쌀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흰색 옷이 쉽게 더러워지는 등 개선점이 발견됐다”며 “선수들의 의견을 취합해 올해 단복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 멋 살린 디자인
디자인에는 한국의 멋을 담았다. 재킷 옷깃에는 한복 동정에서 착안한 흰색 단을 덧대는 ‘파이핑’ 처리를 했다. 오방색 중 4색(빨강·파랑·노랑·녹색)으로 만든 브로치를 재킷에 달고 한국식 매듭으로 묶었다.
태극의 빨강, 파랑과 브라질 국기의 초록, 노란색이 양국의 화합을 상징한다는 게 빈폴 측의 설명이다. 남성용 단복의 넥타이는 태극을 상징하는 빨강과 파랑으로 디자인했다. 여성용 단복의 스카프는 오방장(까치두루마기)을 본떠 디자인했다. 재킷 안감에는 네티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대표팀 응원 메시지가 프린트돼 있다.
대표팀 단복은 600여명 대표팀 선수의 신체 치수에 맞춰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재킷 한 벌을 제작하는 데는 178개 공정이 필요하다. 걸리는 시간은 3시간30분. 황흥구 엔에스에프 대표는 사격종목 진종오 선수의 예를 들었다. “소매 길이에 비해 가슴둘레가 커 재킷의 가슴판을 다른 사람보다 넉넉하게 제작해야 한다”고 했다.
올림픽은 전 세계 패션업체가 경쟁하는 장이기도 하다. 국가 차원에서 단복 제작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이탈리아), 랄프로렌(미국), 라코스테(프랑스), 스텔라 매카트니(영국), 디스퀘어드(캐나다) 등이 단복을 제작한다.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 때 빈폴이 제작한 대표팀 단복은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베스트 유니폼’으로 뽑혔다.
부천=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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