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맛우유 먹고 인증샷 찍는 중국 2030

입력 2016-06-15 15:58  

"한국 가면 꼭 먹어봐야" 유커 입소문 나며 인기몰이

'가공유는 비위생' 인식 바꿔…6년간 1억2000만개 팔려



[ 노정동 기자 ] 중국 상하이에서 국내 대기업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성원 씨(38)는 “요즘 중국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샹자오뉴나이 하오(바나나맛우유 좋아요)’”라고 전했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가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공유는 위생적이지 않다’는 중국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데 성공한 데다 독특한 항아리 단지 모양의 용기가 20~30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을 다녀간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중심으로 ‘한국을 방문하면 꼭 마셔봐야 할 음료’로 입소문이 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5일 빙그레에 따르면 바나나맛 우유의 올해 중국 매출은 150억원으로 예상된다. 2010년 7억원에 불과하던 중국 내 바나나맛우유 매출이 6년 만에 20배 이상 늘었다. 처음 진출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내 바나나맛우유 누적 판매 개수는 1억2000만개다. 바나나맛우유 덕분에 빙그레는 2014년 중국에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처음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다. 냉장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국 유통채널 특성 때문에 우유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데다 위생 문제로 가공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빙그레가 냉장 시스템을 갖춘 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입점 전략을 짠 것도 이 때문이다. 유통기한을 하루라도 더 늘리기 위해 국내에서 판매하던 항아리 단지 모양의 용기 대신 직사각형 팩 모양을 택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10년께다. 유통기한을 12일에서 15일로 늘릴 수 있는 멸균팩을 개발하면서 편의점에 입점했다. 바나나맛우유가 중국에서 고급 과일로 인식되던 바나나를 콘셉트로 만들어진 데다 한국 가공유 시장 1등 제품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업체들이 물량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그해 5월 20년 만에 김해공장 생산설비를 늘렸다.

용기를 국내에서처럼 항아리 모양으로 바꾼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중국에도 수출되고 있었지만 용기 모양이 달라 같은 제품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빙그레 측의 설명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에 들어와 바나나맛우유를 마신 뒤 인증샷을 찍고 “항아리 단지 우유를 드디어 마셨다”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자 빙그레는 2014년 중국 수출 제품도 용기를 항아리 모양으로 변경했다.

상하이=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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