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출입은행 감사결과] "산업은행, 대우조선 분식회계 눈감고 3200억 성과급 잔치 묵인"

입력 2016-06-15 17:56  

감사원이 밝힌 산업은행의 무책임한 관리

재무점검 규정대로 했다면 3년전 부실 파악
해양플랜트 위기는 5년전 알고도 자금 퍼줘



[ 이태명 / 박상익 기자 ]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관리실태’ 감사결과는 충격적이다. 234쪽의 감사보고서엔 대우조선이 어떻게 ‘부실덩어리 회사’가 됐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최대 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2011년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사업 손실 가능성을 감지하고서도 부실이 곪아터질 때까지 단 한 차례도 재무점검을 하지 않았다. 산은의 허술한 관리를 틈타 대우조선 임직원은 분식회계를 통해 1조5000여억원의 이익을 낸 것처럼 꾸며 2000여억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지난해에도 1200억원의 부당 격려금을 받았다.


◆3년 전 알 수 있었던 부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 부실은 산은의 관리·감독 소홀에서 시작됐다. 산은은 2006년 지분율이 50% 미만인 자회사의 재무상태 건전?등을 점검하는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구축했다. 재무상태 분석 결과 부실 위험이 가장 높은 ‘5등급’에 해당하는 자회사의 회계처리 등을 집중 점검하는 일종의 감시장치다. 대우조선도 산은과 정부 지분율이 48%로 낮아진 2013년 2월부터 매년 이 시스템에 따라 재무점검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산은은 지난해까지 한 번도 대우조선 재무점검을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시스템을 통해 2013, 2014년 대우조선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최고위험 수준인 5등급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대우조선은 영업이익을 계속 냈지만 미청구공사 금액이 급증하는 등 현금흐름에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게 감사원 전언이다. 감사원은 “산은이 내부 지침에 따라 제대로 재무상태만 점검했어도 3년 전에 대우조선 부실위험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외면한 해양플랜트 부실 징후

대우조선 부실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해양플랜트 사업 손실과 관련, 감사원은 “산은이 2011년 해양플랜트 사업의 부실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해 10월 대우조선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통해 기존 선박수주와 달리 해양플랜트는 ‘헤비테일(선수금을 적게 주는 대신 선박건조대금의 상당액을 인도 시점에 지급하는 결제방식)’ 형태로 이뤄지는 데다 건조기간도 5년 안팎으로 길어 자금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은은 대우조선에 해양플랜트 건조에 필요한 추가자금을 계속 쏟아부었다. 산은은 2011년 10월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 건조에 필요하다며 운영자금 2000억원을 줄 것을 요청하자 이를 승인했다. 이후 5개월 뒤인 2012년 3월 운영자금 한도를 5000억원으로 늘려줬고, 2014년 9월 또다시 운영자금 한도를 8200억원으로 증액했다. 감사원은 “해양플랜트 수익성 확인 없이 회사 얘기만 믿고 운영자금 요청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산은의 무책임한 관리는 분식회계로 이어졌다. 대우조선 경영진은 해양플랜트 부실이 커지자 총예정공사비를 2013년 5700억원, 2014년 2조187억원씩 낮추는 방식으로 공사진행률을 높였다. 공사진행률은 ‘총예정공사비 대비 당해연도 실제 공사에 투입된 비용’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제표상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다. 감사원은 이런 식으로 대우조선이 부풀린 영업이익이 1조534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분식회계 속 성과급 잔치

산은의 허술한 관리 속에서 대우조선 임직원은 대규모 부실과 상관없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2013~2014년 분식회계로 순이익을 낸 것처럼 꾸민 뒤 2014년과 2015년 임원급은 65억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같은 기간 일반 직원도 상여금 명목으로 1984억원을 받았다.

성과급 잔치는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수조원의 분식회계를 고백한 지난해 하반기에도 이어졌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9월 직원 1인당 평균 946만원을 ‘경영위기 극복 및 성과달성 격려금’으로 주는 단체협상 합의안을 마련해 산은에 승인을 요청했다.

산은은 처음엔 ‘격려금 지급은 안 된다’는 의견을 대우조선 측에 전달했으나, 정 사장이 “경영상의 판단이고 (내가) 모두 책임질 테니 이해해달라”고 하자 격려금 지급을 묵인했다. 감사원은 “4조20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와중에도 산은 묵인 아래 대우조선은 지난해 1200억원의 부당 격려금을 직원들에게 줬다”고 지적했다.

이태명/박상익 기 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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