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알았다’는 정부 관계자 반응은 감사결과 못지않게 당혹스럽다. 장삼이사도 눈치챈 일을 정부만 몰랐다는 건 직무유기의 고백에 다름 아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방만관리와 대우조선의 부실경영이 하루이틀 된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감사원이 두 회사 경영진에게 비리 책임을 지웠지만, 정부의 잘못도 뒤지지 않는다. 49.7%의 지분을 가진 정부의 안일한 자세와 고의적 방치가 대우조선을 예정된 파국으로 몰고 갔다.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조선은 한때 구조조정 모범사례였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거쳐 불과 2년 만인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때 바로 새 주인을 찾아 주고, 공적 자금을 회수했다면 해피엔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16년 가까이 갖은 핑계를 대며 매각을 미뤘다. 그동안 대우조선은 ‘관피아’와 ‘낙하산’의 아지트가 됐다. 경영진은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자리보전에 급급했다. 그 틈에서 노조도 제 몫을 챙겨가는 잘 짜인 공생구조였다.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은 낙하산 湧?위세 때문인지 부실관리로 일관했다. 속이 곪아터진 ‘국영 조선소’가 비즈니스 정글에서 생존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나아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멀쩡한 민간기업까지 저가 수주와 동반부실의 늪으로 이끌었다.
기업 경영을 정치 영역으로 끌고간 노조와 정치인들의 행태도 부끄럽다.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참여를 주장했다. 워크아웃 졸업 직후부터 시작된 매각작업을 표류시킨 주요 요인이다. 막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실체가 불분명한 여론을 의식해 ‘국민주’ 등을 추진하다 실기(失機)하고 말았다. ‘국영조선소’의 파멸은 반(反)시장적 정책의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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