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혐의 내용 공개 지나쳐"
롯데, 피의사실 공표에 항의
[ 박한신 기자 ] 검찰과 롯데그룹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원료 수입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이례적으로 의혹을 부인하는 해명자료를 내자 검찰은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내라”고 압박했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일본 수사당국과의 사법공조를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5일 ‘원료 수입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입장’ 자료를 통해 “원료 구입 과정에서 그룹으로부터 별도 자금 형성을 지시받은 적도 없고 그런 일을 실행한 것도 없다”며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진 검찰 수사 내용을 반박했다.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과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6일 “롯데케미칼 측이 낸 해명자료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며 “해명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일본 롯데물산의 회계자료와 두 회사 간 자금거래 관계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출된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한·일 사법공조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롯데 측이 언론을 통해 혐의 내용을 적극 반박한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원료 수입 과정에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넣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검찰이 수사 대상과 혐의 내용을 언론을 통해 너무 많이 노출하는 게 아니냐”는 항의도 변호인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언론에 공표한 오너일가의 연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와 증거인멸 의혹 등을 지목한 것이다. 롯데는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선임해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천성관 변호사와 서울고검장 출신 차동민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미국에 출장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검찰 수사가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말한 것에 대해 검찰은 “우리도 같은 생각”이라고 대응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 수사를 할 때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나름대로 판단하면서 한다”며 “기업 종사자들의 생활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신속하게 수사를 끝낸다는 게 검찰의 목표”라고 했다.
검찰은 이날 오너일가의 자금 관리를 담당했던 정책본부 소속 이모 전무를 닷새째 불러 배당금 입금 과정과 금전출납자료 내용을 조사했다. 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 재무담당 임직원 4명도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 금고에 있었던 고액의 현금(30억원) 출처와 용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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