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다빈치도 셰프였다는데…파격 요리에 손님들 '멘붕'

입력 2016-06-16 18:23  

맛의 천재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 / 윤병언 옮김 / 책세상 / 576쪽 / 2만3000원



[ 고재연 기자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사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젊은 시절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세 마리 달팽이’란 이름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느 날 독살 사건으로 식당의 모든 요리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 다빈치는 얼떨결에 주방 보조에서 주방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는 요리에서도 ‘창조 본능’을 발휘했다. 그릇 한가득 음식을 담아 먹던 관습을 깨고 빵 한 조각과 바질 잎 한 장을 얹어 내놓는 파격을 선보인 것.

화가 난 손님들이 주방까지 쳐들어왔다. 식당에서 쫓겨난 그는 ‘비너스의 탄생’으로 유명한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를 꼬드겨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두꺼비’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열었다. 식당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은 다빈치는 제면기를 비롯해 다양한 요리 기계를 설계했다.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가 쓴 《맛의 천재》는 피자, 파스타, 스파게티, 모차렐라, 티라미수 등 우리 식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이탈??음식의 기원과 변천사, 성공 스토리를 역사적 맥락에서 설명한다.

스파게티의 기원에 관해 알려진 이야기는 많지 않다.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가 타고 온 배에 있던 한 선원의 이름이 스파게티였고, 그가 어떤 중국 여인으로부터 파스타 만드는 법을 전수받아 이탈리아로 들여왔다는 설도 있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스파게티가 미국에 전파된 과정은 미국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8세기 요리서에 3시간으로 기록된 면 삶는 시간은 미국 남북전쟁 시기에 1시간30분으로 단축됐고, 1·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의 식량으로 지급되며 20분으로 줄었다. 1929년 대공황 시기에는 미트볼 스파게티가 서민층을 위한 경제적인 음식으로 각광받았다. 이후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을 신으로 숭배하는 파스타파리아니즘(Pastafarianism)이라는 신흥 종교까지 생겼다.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로 신제품이 탄생한 경우도 많다.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하던 비알레티는 아내의 빨래 냄비를 보고 모카포트를 발명했다. 덩어리 모양으로 팔리던 헤이즐넛 초콜릿이 무더위에 녹아버린 모습을 보고 빵에 발라 먹는 크림 ‘누텔라’를 개발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미식가뿐만 아니라 인문학도, 경영학도들도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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