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주 영국 한국 대사관에서 만난 주무관이 보여준 친절에 감동 받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주 영국 런던을 여행하던 중 소매치기를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가방에는 현금·휴대폰 등은 물론 여행 중 가장 중요한 여권이 들어있었죠. 여행 일정을 3일 남기고 있던 때라 ‘여권 만들다 귀국이 늦어지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영국 경찰관에게 소매치기 신고를 하며 물었습니다. “평균적으로 여권 재발급을 받으려면 어느 정도 걸리나요?” 영국 경찰관이 익숙한 듯 답했습니다. “여권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4일은 걸립니다”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여권 발급에 걸리는 기간을 물어보니 이틀 정도 걸릴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런던 버킹엄 궁전 근처에 있는 주 영국 한국 대사관을 찾아갔습니다. 제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여권 발급을 위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니 제 앞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분이 여권 발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저처럼 여권을 잃어버린 처지였습니다. 걱정을 쏟아내는 그 여성에게 담당 주무관이 친절한 목소리로 응대하고 있었습니다. 여권을 잃어버린 여성이 얼마나 당황 볜?活뼉?공감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제 차례가 되자 담당 주무관인 정주영 주무관은 제가 당한 일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단수 여권 발급을 위해 무슨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줬습니다. 규격에 맞는 사진이 없자 “주변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요. 사람이 찍는 사진관은 10파운드(1만7000원), 자동 사진촬영기에서 찍는 사진은 5파운드(8500원)입니다”라며 약도까지 친절히 그려줬죠. 그리고는 “지금이 11시 20분이니 바로 사진 찍어서 가져오시면 점심시간 동안 여권을 만들어서 2시에 찾을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라며 “빨리 만들고 여행 다시 하셔야죠”라고 말했습니다. 3시간 만에 여권이 나온다는 겁니다.
3시간 뒤인 오후 2시에 다시 대사관을 찾아갔습니다. 정 주무관은 한 한국 여성분을 응대하고 있었습니다. 그 분은 규격에 맞지 않는 사진을 들고 와서는 막무가내로 사진을 받아 달라며 신경질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정 주무관은 그 가운데서도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끝까지 웃는 얼굴로 그 분을 안내했습니다.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제 차례가 오자 정 주무관은 여권을 건네며 “즐거운 여행 하세요”라고 웃어 보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영국에 있는 외국 친구들에게 들려주니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3시간 만에 여권이 나올 수 있냐. 세계 기록이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외국인이 놀라는 것처럼 빠른 일처리도 감동적이었지만 곤란에 처한 여행자들에게 공감해주고 웃는 모습으로 모든 민원인을 대하는 정 주무관의 친절함이 제게는 더 감동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기자임을 밝히고 정 주무관에게 감사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예상대로 “당연히 한 일을 한 것 뿐입니다” 라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기사에 나올만 한 일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죠. 하지만 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정 주무관이 보여준 친절함을 소개하는 일은 해외 각지의 한국 대사관에서 일하는 분들에 대한 응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주영 주무관님. 당신의 미소는 대한민국의 국격이었습니다. (끝) /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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