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시계 장인 80명이 1년에 딱 4000개 생산…로저드뷔 경쟁자는 예술품뿐"

입력 2016-06-19 16:10  

에두아르 코탱 로저드뷔 부사장


[ 전설리 기자 ] “로저드뷔의 경쟁 상대는 예술품이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로저드뷔의 에두아르 코탱 부사장의 말이다.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는 한국 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방한한 코탱 부사장(사진)을 지난 9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의 로저드뷔 매장에서 만났다. 경쟁사가 어디냐고 묻자 그는 “없다”고 했다. 이어 “로저드뷔를 사는 이유가 독창성이란 점에서 예술품, 고급 승용차가 간접적인 경쟁 상대”라고 말했다.

야구선수 추신수 씨가 즐겨 차는 시계 브랜드로 알려진 로저드뷔는 1995년 창업했다. 강렬하고 대담한 디자인을 내세워 21년이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스위스 전통 고급시계 시장에서 ‘무서운 신예’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적인 스켈레톤 무브먼트(속이 들여다보이는 개방형 시계)의 개척자란 평가를 받는다. 2008년 리치몬트 그룹에 합류했다.

로저드뷔의 강점을 묻자 코탱 부사장은 “강력한 품질과 차별화한 디자인”을 꼽았다. “이런 경쟁력이 있었기에 기존 전통의 틀을 깬 제품으로 보수적인 스위스 전통 고급시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저드뷔 시계의 무브먼트를 구성하는 수백 개의 부품 등은 모두 시계 장인이 수작업으로 자체 제작, 조립한다. 완성품은 제네바 실이란 엄격한 검증을 거친다. 제네바 실은 스위스 제네바주가 발행하는 공식 보증 마크다. 시계에 탑재한 기계식 무브먼트를 제네바 내에서 장인의 손으로 직접 제조, 조립했다는 것을 인증한다. 코탱 부사장은 “정밀하고 복잡한 무브먼트는 기계로 생산할 수 없다”며 “80명의 시계 장인이 1년에 시계 4000개만 생산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로저드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 제품에 제네바 실 품질 인증을 받는 시계 제조사”라고 강조했다.

로저드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제품으로는 신제품 ‘엑스칼리버’를 꼽았다. 아더 왕의 명검 엑스칼리버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이다. 시침과 분침을 검(劍)형으로 디자인했으며 탄소 소재를 썼다. 그는 차고 있던 시계를 풀어 루페 렌즈(시계 장인들이 쓰는 확대경)를 이용해 보여줬다. 투명한 케이스를 통해 보이는 정교하고 세밀한 부품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움직였다.

코탱 부사장은 “한국은 세계 7위 명품 시장으로 세계 어느 지역보다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했다. “명품을 좋아하는 한국의 강력한 구매층과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맞물려 있는 독특한 시장으로 잠재력이 커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타깃 구매층이 한국에만 머물러 있지 않아 탄력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로저드뷔는 2013년 4월 한국에 진출해 롯데 에비뉴엘 등에서 부티크 3개, 신세계 명동점 등 면세점에서 3개 등 총 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면세점 매장 가운데 신세계 명동점은 단독 매장,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멀티 매장이다. 멀티 매장 형태로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 본점 매장은 연말 단독 매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한국 내 매장 수는 홍콩, 마카오와 비슷하다. 홍콩과 마카오에선 각각 4개의 부티크를 운영 중이다.

그는 사업 목표를 묻자 “3년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계 생산량을 4000여개로 맞추는데 어떻게 매출을 늘리느냐고 묻자 “매년 브랜드 가치와 평균 가격을 조금씩 올려 희소성을 유지하면서도 매출을 늘리는 것이 로저드뷔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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