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한국을 떠난다] 보험사, 해외 자산운용사에 '눈독' … 증권사는 선진국 빌딩 사들여

입력 2016-06-21 17:33  

(3)·끝 해외투자에 사활 건 기관투자가

보험사 "역마진을 극복하라"
푸르덴셜, 해외투자 두 배로 확대
KB생명·동부화재는 화전에 투자

"임대수익률 연7% 기대할만"
한국투자증권, 올 들어 1조 투자
미래에셋, 하와이 호텔 사면서
역삼동 캐피탈 타워 팔기로



[ 임도원 / 민지혜 / 이지훈 기자 ] 미래에셋자산운용 실무진은 지난 1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에게 스페인의 도로 경전철 등 인프라에 투자하는 건을 보고했다. 스페인 국가 신용등급(Baa2)이 유럽에서 최하위 수준이어서 박 회장 승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박 회장은 “리스크 관리는 해야겠지만, 남들이 꺼리는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월 1호 인프라펀드를 조성해 1억유로(약 130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2호 펀드도 준비하고 있다.

◆보험사 역마진 타개 ‘총력전’

국내 보험사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역마진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더 이상 지금 같은 뭄?투자 비중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보험사의 해외 주식·채권 등 외화증권 투자 잔액은 494억달러로 지난해 동기(327억달러)에 비해 51.1% 증가했다. 자산운용사는 같은 기간 555억달러에서 638억달러로 15.0% 늘었다. 증권사 투자 잔액은 56억달러에서 95억달러로 70.0%, 외국환은행은 77억달러에서 129억달러로 67.5% 증가했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ING생명은 전체 투자 비중에서 3% 수준인 해외 투자를 향후 3년간 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푸르덴셜생명도 1% 미만인 해외 투자비중을 내년까지 두 배 이상인 2%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형 투자 건들도 잇따르고 있다. KDB생명은 지난 14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서 발행한 30년 만기 이자율 구조화 채권에 586억원을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B생명 동부화재 등은 지난 5월 미국 뉴저지주 가스복합화력발전소에 공동으로 4600억원을 투자했다.

보험사들이 기존에 확정금리로 팔아둔 상품에서 역마진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해외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5개 생명보험사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확정금리로 판매한 상품의 보험료 적립금은 약 20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187조원이 역마진이 불가피한 연 4%대 이상 금리 상품 적립금이다. 절박해진 보험사들은 글로벌 M&A까지 고려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각각 해외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자산운용사를 통해 해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잇따르는 빌딩 투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도 해외 투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 한국투자증권은 올 들어 부동산펀드를 통해 폴란드 브로츠와프의 아마존 물류센터(930억원), 호주 캔버라의 루이사로손 빌딩(2070억원), 벨기에 브뤼셀의 아스트로타워(2100억원)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사무용빌딩을 약 4000억원에 사들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월 호주 시드니의 울워스 본사 사옥을 약 3300억원에,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월 폴란드 포즈난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를 약 1000억원에 각각 매입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IB(투자은행)그룹장은 “국내 대형 사무용 빌딩은 임대수익률이 연 5% 후반 수준인데 일부 선진국에는 수익률이 연 7%에 달하는 빌딩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자산을 매각하고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으로부터 하와이 랜드마크 호텔인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비치 리조트&스파’를 9000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은 대신 보유하고 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캐피탈타워를 블랙스톤에 4700억원에 매각하는 협상을 하고 있다.

김원 미래에셋자산운용 인프라투자부문 대표(전무)는 “국내 투자도 물론 하고 있지만 수익률이 해외가 훨씬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 민지혜 / 이지훈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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