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세계 1위 게임업체로 등극했다고 한다. 지난 21일 핀란드 게임 개발사 슈퍼셀을 86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하면서 PC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통틀어 세계 최대 강자가 됐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 게임업체 주변을 서성이던 텐센트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온라인 게임 종주국을 자랑하던 한국은 무엇을 한 것인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게임 수입에 급급하던 텐센트다. 그러나 한국 게임을 모방하던 텐센트가 웹보드 게임부터 하나씩 치고 들어왔다. 그 여세를 몰아 2011년 미국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해 세계 1위 온라인 게임업체로 올라서더니, 모바일 게임까지 손에 쥐게 됐다. 텐센트는 국내 1위 모바일 게임사인 넷마블 지분도 25%나 확보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게임산업은 여성가족부 등의 요구로 도입된 셧다운제, 웹보드게임 규제, 아이템 규제 등 이중, 삼중 규제로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한국은 온라인 게임 성공을 자축하는 것도 잠시, 모바일 대응에 실패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결과는 참담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5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0년 2만658개이던 국내 게임업체 수는 2014년 1만4440개로 급감했고, 게임업계 종사자 수도 2012년 5만2466명이던 게 2014 藪?3만9221명으로 줄었다. 지금은 더 많은 업체가 문을 닫았거나 한국을 등졌다. 규제의 당위성을 설파하던 여성가족부는 무슨 해명이라도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
규제가 산업을 망치는 게 게임이 처음도 아니다. 1997년엔 만화산업을 마약 등과 함께 사회 6대 악으로 규정해 성장을 막았던 나라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산업이 사방에 널렸다. 1988년 시범사업을 계기로 내달렸으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갈 수 있었던 한국의 원격의료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의료법 규제에 발이 묶인 사이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규제의 천국이라는 일본도 저만치 달아났다. 배아 줄기세포 분야 역시 한국이 앞서가다 규제로 돌아서는 바람에 경쟁국들에 길을 터주고 말았다.
그뿐이 아니다. 국내에서 온갖 규제로 씨름하는 동안 중국은 전기차, 드론 등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재벌 규제를 위한 은산(銀産)분리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사이 중국은 핀테크에서도 한국을 완전히 따돌렸다. 한국의 규제는 정부가 허락하는 사업 외엔 모두 불법이다. 당연히 주자학적 정태사회가 된다. 신산업은 중국 등 후발주자에 다 내주게 생겼다. 도대체 산업을 어디까지 말아먹어야 도덕군자를 자임하는 바보들의 규제 행진이 멈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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