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 차 수출 관세 2년 뒤엔 10%로 껑충…한-영 FTA 새로 맺어야

입력 2016-06-24 17:29  

비상등 켜진 수출

중국·일본보다 FTA 늦어지면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 우려
영국에 유럽법인 세운 곳도 다른 곳으로 이전 불가피
현지공장 없는 자동차업체, 영국 수출가 올라 경쟁력 하락



[ 이태훈 / 김현석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국내 수출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영국에 수출할 때 관세 혜택을 봤지만 앞으로는 영국과 따로 FTA를 맺지 않으면 관세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 영국이 EU 국가 중 하나임을 고려해 맺은 한·EU FTA도 개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봇물 터진 FTA 추가 협상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했지만 실제 탈퇴까지는 리스본 조약에 따라 최소 2년이 걸릴 전망이다. 이 기간엔 영국 수출에 기존처럼 한·EU FTA 기준 관세 혜택이 적용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이런 혜택을 누리려면 영국과 별도의 FTA를 새로 맺어야 한다.

류승민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국이 영국과 FTA를 맺기 전에 중국 일본 EU 등 경쟁국이 먼저 FTA를 맺으면 주요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대(對)영국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유럽 내에서 영국에만 법인을 세운 기업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류 수석연구원은 “영국이 규제가 적어 유럽 진출 교두보로 삼은 기업이 많다”며 “EU 다른 국가로 법인을 옮기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EU FTA도 재협상은 아니더라도 개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유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 연구원은 “한·EU FTA는 EU에 영국이 포함돼 있는 것을 전제로 맺은 협정”이라며 “브렉시트로 EU 경제 및 시장 규모가 축소되기 때문에 추가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수출관세 높아져

한국의 1500cc 이하 가솔린 자동차는 영국 수출 때 1.6%의 관세를 물고 있지만 앞으로 영국과 FTA를 맺지 못하면 10%(영국이 EU의 대외관세율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가정했을 경우)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1500~3000cc 가솔린 자동차와 1500~2000cc 디젤 자동차는 관세가 0%에서 10%로 증가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체코(현대자동차)와 슬로바키아(기아자동차)에 공장을 세워 연간 66만대를 생산한다. 이 중 영국 판매량은 연 15만~16만대다. 반면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회사는 영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 영국에선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다만 이들이 영국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수출할 땐 오히려 관세를 내야 해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영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나라 대부분이 EU 국가이므로 관세율이 높아지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라며 “한국 자동차 업계에 심각한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유업계에도 부정적이다. 브렉시트로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고평가손실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작년엔 유가 하락으로 수요가 늘면서 정제마진이 증가했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파장이 워낙 커 수요 증가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렙솔과 스페인에 합작법인과 생산법인을 각각 설립 및 준공한 SK이노베이션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고급 윤활기유는 대부분 유럽 내에서 소비된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은 정보기술협정(ITA)에 의한 무관세 대상이어서 관세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국내 기업의 영국 내 생산공장도 없다. 하지만 브렉시트에 따른 경기침체 및 파운드화 급락 영향은 피해가기 어렵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로EU와 영국의 경기가 침체되면 매출이 줄고,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하락해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유럽연합(EU)과 영국에 대한 우리 퓜같姸?의존도가 굉장히 낮다. EU 수출비중도 10% 이하다. 다만 신경써야 할 것은 다른 EU 국가로의 도미노 현상이다. 중장기적으로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태훈/김현석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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