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주)한진에 동남아 노선 팔아 621억원 '급전 조달'

입력 2016-06-24 18:06  

해운업계 첫 영업권 양도…롱비치·광양터미널도 매각 추진
중견해운사들 "대기업이 영역 침해"…법정관리 앞서 '알짜 빼돌리기' 비판도



[ 안대규 / 김순신 기자 ] 한진해운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 일부 노선의 영업권을 (주)한진에 621억원에 팔기로 했다. 밀린 용선료 2000억원과 항만 관련 이용료 4000억원을 갚을 돈이 없는 상황에서 영업권 양수도 방식으로 ‘급전’을 마련한 것이다.

한진해운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중국, 일본 노선 4개와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노선 4개 등 총 8개 노선에 대한 영업권을 계열사인 (주)한진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주)한진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16.67%를 신세계그룹에 팔아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노선에 대한 영업권 양도는 해운업계에선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한진해운이 그만큼 현금 확보가 급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은 자산이 쉽게 팔리지 않자 한진그룹 내 알짜 계열사인 (주)한진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번 영업권 인수로 아시아를 누비는 해운사로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이 아시아노선을 (주)한진에 맡기기로 하자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중견해운사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박정석 고려해운 회장은 “그동안 국적선사는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 중견해운사는 아시아 노선에서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영업해 왔다”며 “대기업이 중견해운사 일감마저 뺏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은 업황 악화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아시아 지역은 안정적인 수익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앞두고 알짜 아시아 노선을 (주)한진으로 옮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이날 오전 칭다오, 다롄, 상하이 등 세 곳에 있는 중국 물류법인 지분을 매각해 21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한진해운은 스페인 알헤시라스터미널 지분 25%(매각 예상가격 300억~400억원)와 미국 롱비치터미널(1000억원대), 광양터미널(300억원) 등에 대한 매각을 추진해 현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안대규/김순신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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