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환 이춘택병원장
[ 이지현 기자 ] 2002년 고(故) 이춘택 이춘택병원장은 병원에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인 ‘로보닥’을 들여왔다. 국내 처음으로 인공관절 수술에 로봇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병원은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몰리는 정형외과 병원이었다. 주변에서는 “모험을 할 필요가 있느냐”며 말렸다.
하지만 이 병원장은 “정형외과에서 컴퓨터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로봇수술을 시작했다. 2005년 8월에는 병원에 로봇관절연구소도 설립했다. 로봇수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원장의 예상은 곧 현실이 됐다. 지금은 많은 정형외과가 로봇을 이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2014년 11월 이춘택병원은 세계 처음으로 로봇인공관절 수술 1만명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7월에는 로봇을 이용해 휜다리를 교정하는 수술도 했다.
이 병원장은 1981년 7월 경기 수원시 구천동에 이춘택정형외과의원을 열었다. 34년 만에 164병상 규모, 240명이 근무하는 이춘택병원으로 키운 그는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났다. 임종 한 달 전까지 환자를 보던 고인의 자리는 그의 사위인 윤성환 병원장(사진)이 대신하고 있다.
윤 병원장은 이춘택병원을 “인공관절 로봇수술 등 정형외과 분야 최신 기술을 선도하는 병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오랜 친구처럼 옆에서 환자를 이끌어 줄 수 있는 멘토 같은 병원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춘택병원은 경기 수원에 하나뿐인 관절전문병원이다. 국내에서 로봇을 활용한 인공관절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기도 하다. 이 병원 인공관절 수술 환자 10명 중 9명꼴로 로봇수술을 받는다. 매일 저녁이면 의사 7~8명이 모여 다음날 할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정된 모든 수술 환자의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을 보며 의사들이 함께 시뮬레이션한다. 다음날 할 수술을 예습하는 셈이다.
가상수술을 포함해 수술을 두 번씩 하다 보니 정확도가 높아졌다. 로봇을 활용해 뼈를 깎는 과정의 손떨림 등을 보정해 0.1㎜ 오차도 줄였다. 최신 기술을 익히는 데도 신경쓰고 있다. 1년에 한 번 의사들이 1주일 동안 해외 학회에 가도록 지원한다. 학회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위해 인센티브도 준다. 우수직원 15~20명은 해외 여행을 보낸다. 윤 병원장은 “수술 로봇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며 “내부 연구소에서 개발한 인공관절로봇도 조만간 상용화할 것”이라고 했다.
병원을 찾는 환자가 불편함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정형외과 병원이지만 야간에 응급실을 운영한다. 하루 24시간, 주말에도 빼놓지 않고 진료한다. 포괄간호 서비스를 도입해 환자들이 간병인을 고용하는 불편을 줄이고 있다. 윤 병원장은 “실력 좋으면서 접 謀歐?쉽고 이웃처럼 다가설 수 있는 병원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협약을 맺고 한 해 100명 정도 무료 인공관절수술을 해준다. 지금까지 490명이 혜택을 받았다. 병원 봉사모임인 파도회는 20년째 소년소녀가장을 돕고 있다.
전문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우수병원입니다. 복지부로부터 난도 높은 질환에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인증받은 전국의 병원 111개가 전문병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수원=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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