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이렇게 먼 미래까지 바라보고 소비를 결정하는 것은 삶의 더 큰 효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이달에 200만원을 쓰고 다음달에 한 푼도 쓰지 않는 것보다는 이달과 다음달에 각각 100만원을 쓰는 것이 훨씬 만족스러울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우리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시기에 저축을 통해 소비를 뒤로 미뤄 둘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노후 저축’이다.
한국의 40대는 전 연령대 중 평균 소득이 가장 높으며 그만큼 지출도 많다. 지난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40대는 월평균 소득의 86%를 지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적정 지출 비율인 80%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는 어느 연령대보다 저축을 위한 여유자금이 적다는 말이 竪?하다. 40대는 노후 저축이 가장 미흡한 연령대다. 같은 해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사에서도 40대 비(非)은퇴자 가구의 월 생활비에서 자녀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반면 노후를 위한 저축은 자녀 교육비에 투자하는 금액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지출 우선순위에서도 노후 저축은 여행, 외식 등의 여가 비용보다 뒤에 자리한다.
노후 저축에 뛰어드는 시기 또한 너무 늦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이상적인 시기를 ‘취업 직후부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70%가 넘는 대다수의 은퇴자가 ‘자녀 교육이 끝나면서’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자녀 교육이 끝나는 시기는 퇴직과 함께 소득이 하락하는 시기로, 노후 저축을 하고 싶어도 여력이 없을 확률이 높다.
가계의 합리적인 소비 지출이란 ‘현재 소득’에 맞춰 지출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생 동안 벌어들일 ‘생애 소득’을 염두에 두고 지출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소득이 정점에 올라와 있는 40대에 내가 번 돈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따라 노후 삶의 질이 결정된다.
윤원아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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