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과 같은 침체는 없을 것
은행 대출규제 강화 가능성 높아
내수 경기 불황이 더 큰 변수
[ 김진수 / 이해성 / 설지연 기자 ]
부동산시장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라는 대외 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브렉시트에 따라 금융권이 위축돼 부동산 관련 대출 및 보증 규제가 확대되면 최근 이상 과열 현상을 빚고 있는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망세 확산 속 재건축시장 조정
금융자산의 대체자산 성격을 띤 부동산은 일반적으로 금융에 비해 대외 악재에 충격을 덜 받기 때문에 당장 브렉시트에 대한 직접적 영향권에 들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이나 투자 성격이 짙은 상품은 대외 악재에 민감한 측면이 있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과 재건축 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도자들이 같퓽?한꺼번에 내놓지는 않겠지만 매수자들의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며 “분양권 거래가 줄고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의 냉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이후 공급 과잉 여파 속에 수도권 일부 분양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브렉시트로 인한 불안심리가 확대되면 부동산시장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금융경제연구실장은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면 금융회사가 부동산 대출 등을 줄일 수 있다”며 “하반기 주요 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분양시장도 영향을 받고 주택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급락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시에는 아파트값이 V자 형태를 그리며 수도권은 단기간에 20%가량 폭락했다. 박 전문위원은 “2008년과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보다 국내 경기가 변수
브렉시트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브렉시트로 인해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며 “대내외 금리 인상 요인이 줄어들면 주택 구입 심리가 급속하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송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시장은 주로 내국인 위주로 편재돼 있어 브렉시트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환경이 불확실해지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동산시장에 자금이 ?오래 머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브렉시트 영향보다는 일부 지역별로 부동산시장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를 앞두고 작년 말부터 관망세를 보이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지난 3월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강남 재건축과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고 웃돈(프리미엄)을 노린 투자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조는 일부 지역에 한정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내수 경기는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이고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부동산시장의 나홀로 호황은 오래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시경제가 어려워지면 개인 소득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어 수요가 움츠러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이해성/설지연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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