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혜택 못본 자동차·휴대폰 등 덕분
한국의 서비스부문 적자 감안해야"
서진교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 >
잠잠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최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을 계기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한·미 FTA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과 일자리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조사한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 보고서도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 내용이 어찌됐든 한·미 FTA 평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미 FTA 평가에 대한 이런 논란은 균형된 시각이 아니다. 한·미 양국이 서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강조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때론 오해도 있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도 많다. 양국 간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가 한·미 FTA 발효 이후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2011년 124억달러에서 작년에는 280억달러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한국의 대미 흑자증가는 대부분 FTA 혜택을 보지 못한 승용차나 휴대폰, 반도체 등의 수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2015년 미국의 한국산 제품 수입액 720억달러 가운데 승용차 180억달러, 휴대폰 73억달러, 반도체 33억달러로 이 세 품목이 전체 수입액의 40%에 이른다. 그런데 작년까지 우리 승용차 수출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한·미 FTA 발효 이전과 동일한 2.5%였다. 휴대폰과 반도체는 한·미 FTA 발효 이전부터 관세가 없었다. 그러니 이들 품목의 대미수출이 늘었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한·미 FTA 덕분이라고 보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
한·미 FTA에 따른 양국의 상품관세 철폐는 대부분 5년 이내로 돼 있다. 따라서 발효 5년째인 올해부터 관세철폐 혜택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향후 5년 정도는 더 지나야 한·미 FTA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그것도 상품분야에 한해서 말이다.
FTA는 상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한·미 FTA는 서비스와 투자, 지식재산권, 무역규범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그때까지 세계 FTA의 교과서라고 불리기도 했다. 최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시 한·미 FTA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미국은 서비스가 국내총생산(GDP)의 80%가 넘는 서비스국가다. 금융, 교육, 지재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발달한 미국은 서비스에서 높은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서비스부문에서는 한국이 적자다. 적자폭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11년 70억달러 적자에서 작년에는 94억달러로 확대됐다.
교육을 포함한 여행서비스와 특허나 로열티 등을 지급한 지재권 분야에서 적자가 크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GDP의 20%도 되지 않는 상품무역만을 가지고 한·미 FTA를 평가하는 것은 전체가 아니라 부분적 평가일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FTA를 체결하지도 않은 일본과 독일 등에 700억달러가 넘는 상품무역수지 적자를 보고 있는 미국의 현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양국의 경제관계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 상품 및 서비스를 합한 무역액은 2011년 1290억달러에서 2015년에는 1480억달러로 증가해 연평균 3.5%씩 확대됐다. 세계적으로 무역이 정체되거나 미미한 증가에 그치는 가운데 이룬 성과다.
물론 한·미 FTA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뜸을 들여야 밥맛이 좋아지는 것처럼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면서 호혜적인 성과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양국이 힘을 모을 때다.
서진교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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