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태 IT과학부 기자)빛은 공기가 없는 진공에서 가장 빠르고 유리같은 물질과 만나면 느려지는 성질이 있다. 진공 상태에서의 빛의 속도에 비해 다른 물질을 지날 때 느려지는 비율을 바로 '굴절률'이라고 한다. 국내 연구진이 빛의 굴절률 때문에 생긴 그림자만으로 과일주스의 당도(糖度)나 폭탄주 도수를 알아내는 방법을 알아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현미경과 같은 복잡한 장치가 필요 없이 조명과 유리컵이나 아크릴 용기만으로도 당도나 도수를 알아낼 수 있다.
김동성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와 같은 과 박사과정 김원경 연구원팀은 그림자로 액체 굴절률을 간단하게 측정하는 측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이 기술은 주스나 탄산음료 당도나 국의 짠 정도를 측정할 수 있을뿐 아니라 제조기계에 들어가는 기름의 노화 정도, 사람 몸의 체액 변화를 확인하는데 사용할 수 있어 활용 폭이 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굴절률은 빛이 휘는 정도나 반사와 관련이 있어 광학 분야에선 중요한 성질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현미경이나 광학렌즈 같은 값비싼 장비가 필요해 실생활에서 바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아이들이 먹는 음료수가 늘고 있지만 부모들은 아이 건강에 직결된 당도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연구진은 투명한 직육면체 아크릴통 한 가운데를 뚫어 원통형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공간에 희석시킨 액체를 채웠다. 연구진은 이 투명한 아크릴 용기 한 쪽에 빛을 비추면 반대쪽에 그림자가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했다. 빛이 들어오는 건너쪽에서 사각기둥 내부 원통속 액체를 살펴보면 가운데 쪽은 밝지만 그 주변으로 갈수록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난 것이다. 액체의 굴절률이 커지면 그림자의 너비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액체 농도가 올라갈수록 이 굴절률은 커진다.
연구진은 맑은 물에 설탕을 섞어 그림자 너비를 측정했다. 그리고 맑은 물일때보다 진한 설탕물에선 그림자가 너비가 확 줄어든다는 결론을 얻었다. 김 교수는 “실제로 깨끗한 물에 설탕을 넣어 측정한 결과 굴절률과 액체 성질이 정확하게 맞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설탕물의 당도와 그림자의 너비의 관계를 미리 알고 있다면 직접 먹어보거나 광학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당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아크릴 용기와 맥주컵 등을 이용해 폭탄주와 고량주 등 여러 가지 술의 도수에 따른 그림자 너비도 측정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술 도수가 높을수록 그림자 너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물에 뜬 기름을 렌즈로 활용하는 액체 렌즈를 연구하다가 굴절률이 다른 액체에서 나타나는 그림자 현상을 보고 이 연구에 착수했다. 김 교수는 “조명과 투명한 유리컵이나 플라스틱 용기만 있어도 당도나 도수 차를 확인할 수 있다“며 ”저녁 자리에서 누구나 재미있게 술 도수를 측정해볼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譴?연구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지난 15일자에 발표됐다.(끝)/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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