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헤지펀드, 파운드화 공격적 매도…"1.1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입력 2016-06-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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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파운드화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이틀간 14% 추락
BOE, 금리인상 여력 없고 보유외환 많지않아
영국 성장률 대폭 하향…소형주 대규모 공매도



[ 뉴욕=이심기 기자 ] 파운드화와 영국 주식이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파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경제 성장률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헤지펀드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파운드화 연말 1.1달러까지 추락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지펀드들이 파운드화 가치 추가 하락을 노리고 대규모 매도 공세에 나섰다고 27일(현지시간) 전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 23일 브렉시트 찬반투표 결과가 나오면서 불과 2거래일 만에 14% 폭락, 파운드당 1.31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는 1985년 이후 31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틀간 낙폭으로는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가장 컸다.

헤지펀드들은 파운드화가 아직 바닥을 찍은 게 아니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도이치은행도 파운드화 가치가 연말까지 1.15~1.2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십억달러를 운용하는 영국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파운드화 매도에 모든 거래 참가자가 동의하고 있다”며 “베팅 금액을 올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의 적극적인 공격에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방어력이 크지 않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잉글랜드은행은 금리를 올릴 여지도, 파운드화를 방어할 달러 보유액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잉글랜드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1400억달러에 불과하다.

영국 전체에 ‘쇼트베팅’

파운드화 약세는 영국 경제의 침체 위험과 맞물려 있다. 월가 투자은행은 브렉시트로 영국이 경기 하강 위험에 직면했다며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춰 잡았다. 도이치은행은 영국의 올해 성장률이 0.9%로 기존 전망치 2.1%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코너스톤파이낸셜은 1분기 2.0% 성장한 영국 경제가 4분기에는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는 잉글랜드은행이 하반기에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헤지펀드들은 영국 내수경기 위축 영향을 바로 받는 소형주로 구성된 FTSE250지수 종목을 공격하는 공매도에도 나섰다. 영국을 대표하는 FTSE100지수보다는 지수 하락 폭이 훨씬 크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은행으로 홍콩 증시에도 상장된 HSBC는 헤지펀드의 타깃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 홍콩 증시에서는 HSBC 주식 46억4000만홍콩달러(약 7000억원)어치에 대한 공매도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공매도 규모의 열두 배가 넘는다.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가 변수

월가에서는 헤지펀드의 파운드화 쇼트베팅(매도)은 투기적 거래라기보다는 브렉시트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조정으로 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27일 영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서 “브렉시트 이전의 영국과 이후의 영국을 같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계 4대 기축통화 중 하나인 파운드화의 지나친 하락이 이미 체결된 선진국 은행 간 통화스와프 라인의 활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Fed)과 영국(BOE), 유럽(ECB), 일본(BOJ), 스위스(SNB), 캐나다(BOC) 등 6개 선진국 중앙은행 간에는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서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상시적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돼 있다.

월가의 한 전문가는 “영국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얼마인지는 크게 의미가 없다”며 “원하면 언제든지 Fed를 통해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파운드화 추락으로 자국 통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중앙은행 간 공조를 통한 개입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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