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소강상태후 완만히 올라…이틀간 똑같은 흐름
시간대별 눈치보기 현상 심화…외국인 수급따라 민감하게 반응
하루 변동폭 크지만 지수는 비슷…증권사들 "코스피 1880은 지킬 것"
[ 김동욱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충격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28일 오전 9시3분. 코스피지수가 1907.49까지 떨어지며 장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27일에도 9시3분에 코스피지수가 하루 최저점인 1900.83까지 밀리며 지수 1900선이 위협받았다. 장 초반 급락하는 모습뿐 아니라 27, 28일 양일간 코스피지수 흐름은 마치 데칼코마니 양면처럼 비슷하게 움직였다. 브렉시트 충격으로 눈치보기 장세가 연출한 ‘신풍경’이라는 설명이다.
◆전형적 눈치보기 장세
28일 코스피지수는 9.37포인트(0.49%) 상승한 1936.22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이틀 연속 오르면서 외견상으로는 지난주 금요일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브렉시트 충격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종가상으론 전일 대비 지수변동폭이 1.61포인트(27일)와 9.37포인트(28일)에 불과했지만 장중 지수 움직임은 심상치 않았다. 특히 장 시작 후 3분간의 움직임은 이틀 연속 급락으로 시작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전날 장 초반 3분 만에 24.41포인트 빠졌던 데 이어 이날도 장 초반 3분간 19.36포인트나 순식간에 밀렸다.
‘9시3분 최저점의 법칙’이라고 부를 법한 초반 악재를 넘기면 오전 10시40분~11시께까지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는 점도 비슷했다. 10시40분쯤엔 초반 낙폭을 만회해 전일 종가 수준에 도달한 뒤 점심시간을 전후해 완만한 상승세로 마무리한 점도 비슷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파괴력을 완전히 가늠하지 못한 증권시장이 눈치보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학균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브렉시트가 미치는 충격파가 각국 증시별로 차이가 있다”며 “장 초반에는 미국 증시 결과를, 오후장에는 중국 증시 상황에 따라 투자전략이 바뀌는 시간대별 눈치보기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자금 흐름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도 시장이 널뛰기를 반복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70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브렉시트 발생 이후 하루 순매도액으론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관심이 외국인 자금 수급에 주로 쏠려있다”며 “앞으로도 장 초반 외국인 매도 규모로 지수 하락폭을 가늠한 뒤 유입된 저가 매수세가 지수를 되돌리는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미시는 널뛰기, 거시는 ‘빗장수비’
평소 1~2%대 변동폭을 주로 보였던 코스피200변동성 지수가 최근 3거래일간 연일 10%가 넘게 움직일 정도로 하루 주식시장 움직임이 심하지만 지수 하단은 큰 변동이 없는 모습이다. 유럽 재정위기, 미국 신용강등에 비견될 만한 큰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코스피지수가 1900선 언저리에서 튼튼한 저지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지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6배였던 점을 고려할 때 브렉시트에 따른 코스피지수 저점이 PBR 0.98배인 1880선 이하로 내려가긴 쉽지 않다고 봤다.
미래에셋대우도 2010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던 여섯 번의 사례에서 직전 3개월 평균대비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2.9~16.9%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고 앞으로 외국인이 브렉시트로 총 6조원가량의 자금을 뺀다고 가정해도 코스피지수가 기존 고점 대비 10%가량 떨어진 1850선은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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