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50여곳 폐쇄…신입 채용도 최소화 검토
증권·보험·캐피탈 등도 비용 줄여 5% 추가 이익
[ 이현일 기자 ]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모든 계열사가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합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금융그룹 본사에서 열린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김 회장이 전 계열사에 비상경영을 독려한 이유는 농협금융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서다. 주력 자회사인 농협은행은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막대한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형편이다. 농협금융 계열사는 주주인 농협중앙회에 배당금과 명칭사용료를 지난해 수준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농협은행은 물론 NH투자증권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등 모든 계열사가 비상경영에 동참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사장단은 위기를 정면돌파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부가 농협에 금융업 인허가를 내준 취지가 수익을 농촌 발전을 위해 사용하라는 것인 만큼 농협금융 모든 계열사가 분발해 농협중앙회에 지급할 배당금과 명칭사용료 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작년보다 약 4000억원 많은 1조7000억원의 대손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농협은행은 여름철 실내 냉방 온도까지 올리는 고강도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
최대 50여곳의 점포를 폐쇄하고 이용 실적이 저조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300대가량을 줄이기로 했다. 노후 영업점 리모델링 등 환경개선 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한편 PC·프린터 등 사무용기기와 업무용 차량 교체도 연기하기로 했다.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비용 절감 노력이 성공을 거두면 충당금을 적립하고 약 3000억원의 명칭사용료를 지급하고도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지난 3년간 농협은행의 실적을 보면,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입으로 연평균 약 4조5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여기서 △인건비와 부동산 임차료 등 일반 관리비 약 2조5000억원 △대손충당금 1조1200억원 △농협중앙회에 지급한 명칭사용료 3400억원 등을 제외하면 연평균 22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에 비해 대손충당금 규모가 4000억원 정도 늘어나지만 수익을 1000억~2000억원 늘리고 일반 관리비를 최대한 줄이면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 등도 일반 관리비를 줄여 기존 목표보다 5% 많은 이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부터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계열사 임원 및 부서장들은 급여의 10%를 자진 반납하고 있다.
김 회장은 “농협은행은 국내 자본으로 이뤄진 특수은행이기 때문에 시중은행이 조선업 여신을 회수할 때 동참하지 않아 손실이 커졌다”며 “이번 고비를 극복한 이후 강화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통해 수익성 높은 은행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정비한 데 이어 은행·증권·캐피털 등 각 계열사 협업을 강화해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맞게 체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아울러 농협이 강점을 가진 농기계 리스 등 농업 관련 금융사업을 통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적극 진출해 수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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