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팀 열혈 여형사 4인방 "강력 범죄 현장에 여경이 달려갑니다"

입력 2016-06-30 18:23  

1일 여경의 날 70주년

여경이 편한 일 찾는다는 건 편견…탐문·피해자 보호 등에 꼭 필요
"남자경찰과 신체조건 다르다고 스스로 역량 제한해선 안돼"



[ 마지혜 / 박상용 기자 ]
“수많은 여경이 현장을 배우고 범인을 직접 검거하고 싶다며 강력팀에 지원합니다. 여성 경찰관은 편한 일만 찾는다는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제70주년 ‘여경의 날(7월1일)’을 맞아 김선영 서울 종암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경사(35)는 ‘강력팀 여경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30일 이같이 말했다. 순경공채로 2004년 경찰이 된 그는 5년간 수사과 경제팀에서 내근 수사를 하다 지난해 2월 강력팀에 지원했다. 김 경사는 “현장을 모르는 경찰관이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며 “현장 경험과 수사, 추적을 거쳐 범인을 검거하는 일에 나를 던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력팀 등 형사과에서 활약하는 여경 4인방을 만났다. 강력팀은 살인 강도 절도 등 강력범죄를 다룬다. 몸으로 부딪히고 발로 뛰는 일이 많아 체력이 약한 여경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김 경사도 “처음 강력팀에 들어왔을 땐 조殆?짐이 되는 게 아닌가 혼자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곧 여경의 기여가 필요한 분야를 찾았다. 김 경사는 “현장에서 피의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일은 남성 경찰관이 더 잘할 수 있지만 용의자 추적 과정에서 폐쇄회로TV(CCTV)를 꼼꼼하게 돌려보는 작업이나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다가가 탐문하는 일, 피해자 보호 등은 여경의 힘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 경사(34)는 ‘열혈 여경’으로 불린다. 2014년 압구정의 한 제과점에서 흉기를 든 채 한 여성을 붙잡고 3시간여 인질극을 벌인 50대 남성을 불과 1m 앞에 두고 끈질기게 설득해 흉기를 내려놓게 한 주역이다. 그는 2008년 경찰이 돼 고향인 경남 남해경찰서에서 일하다 강력계 형사가 되기 위해 서울 근무를 자원했다. 김 경사는 “범인을 검거하기까지 각종 단서를 추적하는 집요함이 중요하다”며 “신체조건 등이 다르므로 남경과 여경이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나는 여경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역량을 제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재원 서울경찰청 형사과 광역과학수사팀 경위(36)는 ‘경찰 엘리트 양성소’로 불리는 경찰대를 나왔지만 기획 등의 승진 코스를 마다하고 현장을 찾아다닌다. 2004년 경찰이 돼 울산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 서울 용산경찰서 강력팀 등을 거쳤다. 지금은 용산·마포·남대문 일대에서 과학수사가 필요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출동해 증거를 채집하는 업무를 한다. 살인·변사사건 현장이 많아 살아 있는 사람 만큼이나 죽은 사람을 많이 본다. 김 경위는 “부패한 시신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어 힘들 때도 있지만 고인의 죽음의 비밀을 밝힌다는 사명감으로 신고 현장에 달려간다”며 “진짜 현장 모습은 어떤지, 피해자와 용의자들은 어떤 사연이 있는 사람인지 등을 제대로 알아야 더 훌륭한 경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경 서울경찰청 형사과 행동과학팀 경사(33)는 2008년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특채로 경찰이 됐다. 지난달 발생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과 ‘수락산 등산객 살인사건’에서 각각 범인을 면담해 이들의 심리를 분석한 주역이기도 하다. 이 경사는 “인간을 이해하고 싶어 심리학을 전공하다가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파일러를 꿈꾸게 됐다”고 했다. 그는 “프로파일러 중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고 업무를 하는 데도 제약이 없다”며 “많은 여성이 경찰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혜/박상용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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