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눈치 볼 사람 없고
본청보다 스트레스 덜 받아
너나없이 희망하는 '꽃보직'
[ 강경민 기자 ] 서울 A구청에서 2년여간 공보과장으로 근무한 B씨는 지난달 말 정기 인사에서 관내 동장(洞長)으로 자리를 옮겼다. 구청 홍보 업무를 총괄하는 공보과장은 핵심 요직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인사가 발표된 뒤 B씨는 주변 동료들에게서 부러움과 시샘 어린 축하를 받았다.
서울 25개 구청은 지난달 말 일제히 하반기 정기 인사를 발표했다. 이 중 구청 본청에서 관내 동장으로 자리를 옮긴 공무원들은 구청당 평균 5명 안팎이다. 구청 보직 중 최고의 ‘꽃보직’은 동장이라는 것이 구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에는 25개 구청 산하에 424개의 행정동이 있다. 동장은 구청의 5급 사무관이 맡는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5급 사무관은 팀장 보직이지만 구청에선 한 단계 높은 과장 보직을 맡는다. 서울시 동장의 평균 연령대는 50대 초반으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비(非)고시 출신 사무관들이다.
동장은 한 동의 수장으로 관할 동 단위에서 자치권을 갖는다. 동 내에선 상관이 없다 보니 업무 스트레스가 구청 본청 내 다른 보직에 비해 훨씬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청에서 공보팀장으로 근무하다 승진해 지난해 동장으로 옮긴 C씨는 “동주민센터에선 눈치 볼 사람도 없는 데다 구청 본청에는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들어가면 된다”며 “본청에 비하면 ‘웰빙’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재개발 현안 및 주민 민원이 많은 일부 동은 기피 보직이다. 강남 지역에서 동장으로 근무 중인 D씨는 “인프라 확충을 요구하며 찾아오는 주민이 하루에도 수십명에 이른다”며 “꽃보직으로 불렸던 동장도 요즘엔 지역에 따라 상황이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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