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입점 로비·회삿돈 횡령 혐의 등 조사
신영자, 혐의 전면 부인…검찰 "대질 조사할 것"
동주 이어 동빈도 3일 귀국…검찰, 언제 부를까
[ 정인설 / 박한신 기자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1일 롯데 오너 일가 중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이 지난달 2일 신 이사장 자택을 압수수색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외에 회삿돈 횡령 혐의도 받고 있어 3일 귀국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 비자금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모든 혐의 부인한 신 이사장
신 이사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2012년부터 작년까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10억원 이상의 금품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에 롯데면세점 내 좋은 자리에 매장을 내주도록 롯데면세점 측에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화장품 업체와 식품 매장이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면세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힘쓴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의 아들 장모씨가 소유하고 있는 업체인 BNF통상이 로비 창구로 이용됐다고 파악하고 있다. 입점 로비 외에 회삿돈 횡령과 배임 혐의, 증거 인멸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신 이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정 전 대표에게 받은 돈은 정당한 컨설팅 비용이었으며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회삿돈을 빼돌린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신 이사장이 혐의를 부인해 필요하면 다른 피의자들과 대질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영 배제 후 계열사 차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남성 중심인 롯데그룹의 보수성 등이 신 이사장이 피의자로 전락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롯데그룹에는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전무하다. “회사 경영은 아들에게 맡기고 딸들은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신 총괄회장의 지론 때문이었다. 신 이사장은 8개 롯데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맡고 주요 회사 지분을 보유했지만 대표이사직에는 오르지 못했다.
신 이사장은 초기엔 ‘열심히 하면 아버지가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하며 회사 경영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호텔롯데 부사장까지 지내면서 롯데면세점을 세계적인 면세점으로 키우는 데 기여했다는 게 롯데그룹 내부 평가다. 하지만 이복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1년 뒤인 2012년 신 이사장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신 이사장을 조사한 뒤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6월10일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압수수색한 지 3주가 됐다”며 “롯데그룹 수사를 3단계로 나누면 첫 번째 단계의 중간 정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입국한 데 이어 신동빈 회장도 3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끝까지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박한신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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