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014년 집단휴진 제재 후 세번째
공정위 "의협이 한의사 영업 부당하게 방해"
의협 "국민 건강위한 조치였다" 강력 반발
[ 황정수 기자 ]
경제검찰(공정거래위원회)과 의사(대한의사협회). 맞부닥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은 두 집단은 오랜 악연으로 얽혀 있다. 갈등은 2000년 이후 의협의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에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26조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조항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시작됐다. 가까운 예로 2014년 3월 의협의 집단휴진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환자 후생 감소’ ‘회원(병·의원)의 사업 제한’ 등의 혐의로 의협 간부 두 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철퇴를 내렸다.
공정위와 의협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르면 이번달 공정위 심판정에서 또 한 번의 정면충돌을 앞두고 있어서다. 의협이 의료기기업체에 ‘한의사 대상 기기 판매 등의 영업을 중단하라’고 공문을 보낸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의협의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검찰 기소장 성격의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다.
◆ 平ㅐ?“경쟁자 부당한 배제”
3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의협에 공정거래법 26조1항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위반 혐의로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공정거래법 26조1항은 사업자단체가 담합을 통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부당한 경쟁자 배제 등을 통한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의협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의료기기업체 GE헬스케어에 ‘한의사에 대한 초음파진단기 판매중지’를 요청한 것, 진단검사업체에 ‘한의원에서 의뢰한 혈액검사의 중지’를 요구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의협이 의료시장의 경쟁자 인 한의사를 배제하기 위해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이나 의료기기법에 한의사가 구입·사용할 수 있는 기기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이 없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환자 치료에 필요한 경우 한의사도 의학적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민원 답변을 한 것도 감안됐다. 공정위는 한의학 관련 의료단체의 신고를 받아 2014년 의협 등 의사단체 세 곳에 현장조사를 하는 등 혐의 입증에 주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 “불법 의료행위 조장 우려”
의협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료업체에 ‘한의사 대상 기기판매 등의 영업을 중단하라’고 공문을 보낸 것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적법한 행위’라는 것이다. 의협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의료법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한 환자 진료행위는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한의사의 면허범위 내 포함되지 않은 불법 의료행위로 판결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제재 추진은 한의사의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요한 것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허가’ 문제가 아니라 의협이 공정거래법의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를 위반했는지 여부”라며 “의협이 ‘한의사의 불법 의료행위가 조장될 것’이라며 반발하는 것은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서울고등법원이 ‘2014년 집단휴진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관련 행정소송에서 의협의 손을 들어준 것을 예로 들며 공정위의 최종 판단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3월 서울고법은 △의협이 사전에 집단휴진을 예고했고 △집단휴진으로 가격 인상 등의 시장변화가 초래되지 않았고 △국민건강을 저해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공정위 제재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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