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번 주도 긴축정책 '빨간불'
2020년 재정흑자 물건너갈 듯
[ 박진우 기자 ]
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폭풍이 영국 경제·사회 분야 곳곳에서 몰아치고 있다.
런던에서는 2일(현지시간) 5만여명의 시위대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시위를 주도한 주최 측은 “브렉시트 찬성파 정치인이 캠페인에서 한 말들은 거짓말”이라고 비난하면서 “정치인은 두 번째 국민투표를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을 영국인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참가자 가운데 한 명인 올리 브룬스킬(23)은 이번 시위가 투표 결과를 바꿀지는 의문이라면서도 “EU를 지지하는 세력이 여전히 많다는 걸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며 “정치인이 입버릇처럼 주장하는 ‘국가 주권’ 논리에 사람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의회 내에서도 영국의 EU 탈퇴 조건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거나 EU 탈퇴 절차를 정부가 발동하기 전에 의회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여파로 2020년까지 재정흑자를 이루겠다는 영국 정부의 재정목표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이미 지난달 15일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정부 재정에 300억파운드(약 50조원)의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0년 재정흑자를 이루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단행한 오즈번 장관은 브렉시트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증세로 150억파운드를 확보하고 나머지 150억파운드는 복지 지출을 줄여 마련하는 ‘비상예산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동당은 물론 보수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제안에 반발하고 있는데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오즈번 장관 지위도 흔들리면서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EU 잔류를 위한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엘리자베스 2세는 스코틀랜드 의회 개원 연설에서 “(브렉시트로 인한) 어려움과 기회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을 찾기 위해 더욱 심사숙고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왕의 발언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처음 나온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브렉시트 이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독립 주민투표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전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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